최근 영화계 안밖에서 『올들어 신인감독들의 잇따른 흥행실패로 우리 영화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걱정섞인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신인감독들이 영화계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지못했을 뿐 아니라 흥행마저 실패함으로써 우리 영화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년동안 한국 영화계는 「신인감독 전성시대」였다.지난 95년 이광훈 감독 데뷰작 「닥터 봉」이 서울에서만 35만명을 넘어서는 성공을 거두고, 이민용 감독의 「개같은 날의 오후」가 그 바통을 이으면서 신인감독들의 영화제작 열풍이 불었다.이와함께 최근 몇년간 박광수, 이명세, 정지영, 박철수, 장선우, 장길수, 김영빈, 김호선등 기존 감독들의 침체도 신인감독전성시대에 크게 한몫했다.
지난해에는 강제규, 홍상수, 임순례, 김응수, 김태균, 김기덕, 한지승, 김용태, 김홍준, 정병각, 양윤호 등 20여명의 신인감독이 데뷰했다.이들 신인감독은 96년 한국영화계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신인감독 열풍을 이어갔다.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침대」가 서울에서만 관객 68만명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5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양윤호 감독의 「유리」가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칸느영화제경쟁부문작으로 출품됐으며 정병각 감독의 「코르셋」,김태균 감독의 「박봉곤가출사건」,김상진감독의 「깡패수업」등이 주목받았다.특히 김기덕 감독의 「악어」는 독특한 영상과 영화적 시선을 선보이면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신인감독들의 영화가 작품성,흥행성 등 모든 면에서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상반기 개봉했거나 제작에 들어간 신인감독들의 영화는 모두 31편. 전체 제작편수의 75%를 넘는다.그야말로 영화계가 신인감독들의 작품들로 가득차다시피 했으나 흥행성적은 바닥에 머물렀다.
이상우 감독의 「똑바로 살아라」,이현석 감독의 「용병이반」,정준섭 감독의 「백수스토리」,이경민 감독의 「오디션」,김희철 감독의 「지상만가」,설춘환 감독의 「파트너」,김본 감독의 「베이비 세일」,양영철감독의 「박대박」등이 모두 흥행성적면에서 적자를 기록했다.이들 작품은 인기장르인 코미디와 액션에 집착한 나머지, 작품성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신인김독들의 제작 열풍은 적은 연출료와 함께 저예산영화를 지향하는 신인감독들이 제작비 절감을 바라는 대기업 영상회사,창업투자사 등 영화투자자들의 입맛에 잘 맞아떨어진 데서 비롯되었나 영화제작비 절감이 작품수준의 저하로 연결됐을 뿐 「저예산,양질의 영화」를 생산하는 데 실패하면서 흥행참패로 이어진 것이다.
해당 감독들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감독만의 영상감각과 영화적 사고를 필름에 담기에는 제작자들의 간섭이 너무 심하며,흥행에 실패할 경우 차기작품의 연출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환경이 자유로운 창작의지를 크게 위축시킨다는 주장이다.
이는 한국영화계의 감독평가기준이 「흥행성」에 있음을 대변하는 말이다. 영화의 「질」보다는 단기흥행을 위해 「재미」와 「웃음」만을 종용하는 제작풍토가 한국영화의 기반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