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신호의 재생, 기록 기기로 최근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가 급부상하면서 이 시장을 주도해온 VCR 생존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VCR사업을 주관하는 전자3사 담당자들은 DVD의 등장으로 마치 VCR가 조만간 사라지는 것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DVD가 아직까지 여러가지 난제를 극복하지 못해 시장초기에 불과한데도 허상만으로 너무 과대포장돼 기존 VCR 시장만 위축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중 전자3사의 VCR 내수판매는 전년동기보다 4.8% 정도 감소한 1천2백여억원에 그쳤으며 수출은 무려 18.5% 줄어들면서 5천억원을 약간 넘어서는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판매부진의 원인이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해외현지 생산확대 등에 연유하고 있으나 DVD 출현이후 VCR에 대한 「한계론」이 대두되면서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전자3사 VCR사업 담당자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VCR는 앞으로도 당분간 AV 신호의 재생, 기록 기기로 시장을 주도함은 물론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것으로 이들은 확신하고 있다.
그 근거로 우선 전세계에 깔려있는 VHS VCR 소프트웨어가 현재 60억개 이상에 달하고 있으며 하드웨어(기기)도 3억1천만대 규모로 추정돼 시장진입에 성공한, 검증 완료된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DVD 자체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중 당장 해결하기 곤란한 것들이 적지않다는 점도 VCR의 장수를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DVD의 대량복사 가능성 등으로 인해 미국 할리우드가 타이틀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으며 또 DVD는 새로운 부가가치 추구 가능성 여부에 상당한 어려움이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는 당분간 DVD 원천기술을 선진업체에 의존해야 하고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가격하락이 불가피한데다 특허료 부담이 출하가의 15% 선으로 예상되는 등 업계의 채산성 확보문제가 조기에 대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틀 제작에 있어서도 소스를 구하기가 어려운데다 할리우드 영화 메이저들이 영화판권을 주지 않고 직접 제작공급하거나 외화 한권당 수천만원의 판권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DVD타이틀 제작에 뛰어들려면 수십억원의 투자비를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대부분 VCR에 만족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분간 DVD에 대한 가격저항이 계속돼 실구매로 이어지기에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는 DVD 열기를 VCR가 얼마나 오랫동안, 또 어느 정도로 제동을 걸수 있을지 새삼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