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워드프로세서 시장 이변 조짐 보인다

한글과컴퓨터의 「글」이 독주해오던 한글워드프로세서(WP) 시장에서 이변이 연출될 수 있을까. 이변이란 후발인 (주)마이크로소프트의 「MS워드」와 삼성전자의 「훈민정음」이 「글」의 시장점유율을 추월하는 것.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 조사결과 최근 기업용 시장에서는 「글」이 「MS워드」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0년 이후 「글」의 일방적 독주가 계속된 한글WP시장에서 「MS워드」와 「MS훈민정음」의 추격전이 가시화한 것은 본지가 국내 주요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95년 5월께부터다. 이 때를 전후해 이달 초 전문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 조사까지 모두 6∼7번의 점유율조사가 이뤄졌는데 처음에는 1∼2위간 격차가 70% 이상이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좁혀드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지난 94년 6월 선경유통이 국내에서 처음 실시한 한글WP시장 점유율조사결과에서는 1위 「글」과 2위 「훈민정음」의 격차가 무려 70%나 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격차는 95년 5월 본지조사 결과에서 40%까지 좁혀지더니 96년 6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조사에서는 1위 「한글」의 점유율이 59%대로 곤두박질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글」의 추락은 한글과컴퓨터가 93, 94년 기간동안 역대 최고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던 도스용 2.x버전의 라이프사이클을 최대한 연장시킨면서 윈도용 버전의 출시를 늦춘 마키팅전략상의 실수 때문.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92년 처음부터 윈도용으로 설계된 「훈민정음1.0」을, (주)마이크로소프트는 93년에 「MS워드2.1」을 각각 발표, 시장선점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었다. 한글과컴퓨터는 뒤늦게 95년 3월 윈도용으로서는 첫제품인 「글3.0a」를 발표했지만 기능 오류(버그)때문에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글과컴퓨터는 95년 9월 「글3.0b」에 이어 96년 「글프로96」을 발표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시도를 병행하고 있지만 이미 6.0∼7.0버전대에 들어선 「MS워드」와 「훈민정음」의 쾌속 질주는 가속도가 붙어 있는 상황이었다.

올해 1월 미국 그리그리서치사가 실시한 조사결과에서는 2위 「MS워드」가 32%대를 기록 53대%의 1위인 「한글」을 21%차로 바짝 뒤는 사태가 벌어졌다. 97년 3월의 갤럽이 한글과컴퓨터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부터는 일반시장과 기업시장으로 나눠졌는데 일반용의 경우 「글」이 사상 최대치인 78.2%로 나타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불과 3달뒤인 97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종합전시장에서 「SEK97」과 「윈도우월드97」관람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MS워드」가 기업용 시장에 「글」을 오히려 9.9%차로 따돌리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가장 최근인 이달 초 코리아리서치가 삼성전자와 실시했던 조사결과는 개인용시장에서 모처럼 「훈민정음」이 「MS워드」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3제품이 일반용과 기업용시장에서 벌이는 점유율 결쟁은 시간이 갈수록 물리고 물리는 혼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95년부터 시장경쟁이 시작된 통합스위트패키지 시장에서는 (주)마이크로소프트의 「MS오피스」가 기업환경에서 워드프로세서 대용으로 사용되는 스프레드시트 「MS엑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70%내외의 점유율로 아직까지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는 「글」의 명성을 바탕으로 한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로서 각종 조사에서 20%내외의 점유율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단일 패키지보다는 스위트 형태의 복합패키지 사용률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머지않아 통합스위트패키지가 한글WP의 시장점유율 까지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