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오실로스코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기술전쟁이 시작됐다.
이동통신용 계측기 등 전자, 통신 계측기부문에서 부동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용제품인 오실로스코프 시장에서만은 한국텍트로닉스에 현저히 밀리던 한국HP가 첨단기능을 채택했으면서도 사용하기 쉬운 디지털 오실로스코프(DSO)를 이달부터 전세계에 동시 출시하면서 경쟁의 불을 댕긴 것이다.
오실로스코프 시장의 선두주자인 텍트로닉스를 겨냥, 한국HP가 출시한 최대 야심작은 디지털 오실로스코프인 「인피니엄(Infinium)」. 이 제품은 HP가 지난 3년 동안 개발비로 6백만달러를, 일반 사용자들의 의견청취(Blind Meeting)비로 1백만달러를 투입한 야심작으로 사용방법이 간편하고 도움말 기능을 크게 강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인피니엄」은 단일장비로서는 최대인 1.5㎓ 대역폭을 제공하면서 아날로그형의 전면패널부를 채택하고 윈도95 기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채용해 정보검색 및 기능사용을 편리하게 했다. 또한 국내 시장공략을 위해 업계 처음으로 오실로스코프 내의 도움말 기능을 한글화해 내달부터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HP 관계자들은 『이번 「인피니엄」DMS 사용자가 디지털 오실로스코프의 사용방법 및 재교육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두고 개발한 것으로 그동안 4, 5단계를 거치던 측정 접속단계를 한번의 마우스 동작만으로 접속이 가능케 한 「간편한 성능」의 제품』이라며 침이 마르게 자랑하고 있다.
한국HP측이 국내 사용자들을 파고 들기 위해 내세운 전략은 엔지니어들이 직접 「인피니엄」을 만져보고 작동해 보도록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이달 초부터 미국 본사 관계자들과 함께 데모장비를 가지고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대덕단지 연구소, 정보통신관련 중소기업 등 30여 군데를 돌며 홍보에 열을 올릴고 있다.
한국HP는 『「인피니엄」 출시 이후 한달도 다 안돼 벌써 예전보다 두배 정도 늘어난 20여대 가량이 판매됐다』며 『특히 이들 구매고객 가운데는 기존에 텍트로닉스 제품을 사용자들이 많다』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한국HP의 공격을 한몸에 받고 있는 한국텍트로닉스는 이와 관련, 『「인피니엄」을 우리 제품의 특성과 비교해 면밀히 분석하고 텍트로닉스 제품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반응을 조사해본 결과, 「인피니엄」의 폭발력은 미미하다』며 애써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텍트로닉스 한 관계자도 『「인피니엄」이 채택한 윈도환경도 이미 올 초 우리가 논리회로 분석기에 채택한 것으로 오실로스코프는 다른 계측기와는 달리 아직도 사용자들이 손으로 직접 다루는 데 익숙해져 있는 만큼 기대효과에 못미칠 것』이라면서 『앞으로 6개월 가량 지나봐야 「인피니엄」의 성공여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텍트로닉스측은 국내 시장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소란스럽게 대응을 하지 않고 거의 무반응에 가까운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기존 고객에 대한 「인피니엄」의 바람을 적극 차단할 태세다.
여하튼 가장 기초적인 계측기이면서도 수요가 큰 오실로스코프 시장을 놓고 오실로스코프 선두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전면공세에 나선 한국HP와 이에 대응, 아날로그부터 디지털 제품에 이르기까지 오실로스코프의 「대명사」 위치를 지키며 몇 십년 동안의 명성을 자리를 고수하려는 한국텍트로닉스간의 한치 양보없는 싸움이 앞으로 볼만할 것으로 보인다.
<온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