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對北 임가공협력계약 체결 배경과 전망

<전자조합 대북한 임가공 사업 현황>

국내 중소 전자부품업체들의 대북한 임가공협력사업이 마침내 결실을 거뒀다.

민간 전자업체의 대북한 협력사업으로는 LG전자 TV조립사업 이후 두번째이고 부품업계로는 처음이다. 특히 이번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의 대북한 임가공협력사업 계약체결은 최근 유명인사의 월북과 이른바 「黃風」 등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성사된 것이어서 한층 주목을 끌고 있다.

업계는 이를 남북한간 이제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뚜렷하게 구분돼가고 있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자조합 김영수 이사장도 『「잠수함사건」과 「황씨 망명사건」이 잇따랐던 지난 96년10월 이후 약 6개월간의 소강상태가 있었지만 양국 협상 당사자들의 근 2년간에 걸친 협상분위기는 시종 진지했다』고 밝힌다.

이번 계약 성사의 전말을 살펴봐도 경제를 보는 북한측 마인드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96년 초 전자조합측이 대북협력사업을 꾀한 것은 그간 인건비 절감과 현지시장 공략 등을 이유로 꾸준히 추진해온 동남아지역 진출과 목적에서는 다름이 없었다.

어차피 전자부품이 노동집약적 사업이므로 기술력과 물류면에서 유리한 북한과 손잡을 경우 중국 및 동남아 지역보다는 이점이 많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문제는 정치논리가 지배하는 북한측의 수용여부였다. 그러나 협상대표로 참석한 광명성경제련합회와 삼천리총회사 대표들은 『먼저 이번 임가공협력관계를 경제논리에 입각해 풀자고 제의했다』는 전언이다. 이는 이들이 우리로 말하면 각각 통산부와 무역공사에 준하는 권한과 책임을 지닌 당국의 대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눈여겨 볼 대목임에 틀림없다.

전자조합관계자들은 『북한측이 그 어느 분야보다도 전자업종을 향후 북한경제를 이끌어갈 주력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협상을 성공리에 타결하는 결정적인 원동력』이라고 평가하고 실제로 지난 6월 1차 샘플 제작에는 김일성대학과 김책공업대학의 우수한 전자학과 출신들이 상당수 동원될 정도로 이번 부품임가공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수 이사장은 1차 완제품 샘플 검사결과 품질 및 데이터 관리가 그 어느 동남아산 제품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히고 특히 대동강유역은 양질의 노동력 확보는 물론 용수및 전력 등 입지조건에서 공장적지로 더할나위 없어 향후 합작공장 추진 전망을 한층 밝게해준다고 덧붙였다.

이번 남북간 임가공계약체결이 한층 진전돼 합작공장까지 확대 발전될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 북한측의 전자산업 육성의지를 고려할 때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협력사업 추진 일지>

96년9월: 중국 연변 북아집단공사를 통한 북한 대외경제협력위원회와의 간접 접촉 및 기본의향서 교환

97년4월: 북한지역 투자 환경 조사단 구성

97년5월9일: 대북한 투자 조사단 파견을 위한 실무 예비 접촉을 통해 투자 희망업체의 사업계획서 및 제품 샘플 전달

97년5월27일: 사업계획서 및 샘플 검토 결과 회신

97년6월5일: 대북 투자 환경조사단 업체의 샘플 제작용 원자재 입고 요청 공문 발송 97년6월13일: 대북 투자 환경조사단 업체의 샘플 제작용 원자재 발송

97년7월: 북한주민 접촉 신청 및 승인

97년8월15∼18일: 임가공 계약체결 및 향후 일정 합의서 교환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