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S로 바꿀까 말까.」
기존 휴대폰 가입자들이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동통신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요사이 몰아치고 있는 PCS 열기에 편승, 눈 딱감고 「새것은 좋은 것」이라며 PCS를 선택하면 그만이지만 이미 휴대폰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은 문제가 간단치 않다.
기존 휴대폰 사용자들이 무엇 때문에 PCS 가입을 두고 고민하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정이 있다.
PCS 가입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가장 큰 고민은 우선 PCS 서비스업체들이 내세우는 「고품질과 저렴한 비용」 등 파격적인 조건의 판촉 활동을 들 수 있다.
오는 10월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최근 대대적인 가입자 확보 작업에 나선 LG텔레콤, 한솔PCS, 한국통신프리텔 등 PCS 3사가 가입비 면제와 원하는 번호 배정외에 푸짐한 사은품 지급 등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업체가 계열사, 법인 등을 통해 가입자 확보를 추진하고 있고 각사 직원들도 친지나 가족을 상대로 1인당 일정수준 이상의 가입자 확보운동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휴대폰 사용자가 이들로부터 PCS 가입 권유를 받는다면 당연히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휴대폰 사용자들의 고민하는 모습도 몇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휴대폰 고수파가 있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쓰던 것을 계속 쓰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고수파들은 PCS의 품질과 비용에 대해 경험법칙을 제시한다. 신기술로 갖가지 부가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하지만 아직 먼 이야기라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휴대폰도 통화불통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 아직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PCS를 이용할 경우 불편함이 많을 것이라는 뜻이다. 전화번호도 새롭게 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비용 역시 변수가 못된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10초당 3∼4원이 비싸지만 어차피 치열한 경쟁속에서 휴대폰업체들도 조만간 가격을 인하할 것이 뻔하고 단말기는 오히려 휴대폰이 더 싼 단계에 왔다는 것이다. 또 초기시장임을 감안할 때 PCS의 서비스 안정성도 의심한다.
한마디로 고수파는 아직까지 뚜렷한 차별성이 없다면 사용 친화력이 훨씬 뛰어난 휴대폰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PCS 전환파도 많다. 이들은 PCS의 기능성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이다. 일단 최신 기술이라는 점에서 통화 품질이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특히 혼신이나 통화 끊김 현상에 대한 불만이 높은 이용자일수록 PCS의 홍보가 먹혀들고 있다.
젊은층에서는 새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휴대폰보다 가볍고 깜직한 디자인에도 의외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또 실리를 따지는 실속파들도 상당수인데 이들은 저렴한 이용료에 주목한다. 10초 단위로 생각하면 별것 아니지만 통화량이 많을수록 비용 부담이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기존 휴대폰 사업자가 되돌려주는 가입보증금(보증보험비 제외 약 18만원)을 일단 받아 PCS로 전환, 「꿩먹고 알먹자」는 것이다. 이 경우는 일부 법인가입 희망자가 해당되는데 5만원이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사례도 있다.
더욱이 판촉행사 기간에 가입하면 경품외에도 약 1백분의 무료통화 서비스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도 전환파들에게는 매력이다.
하지만 관망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친화력을 앞세우는 고수파와 실리를 따지는 전환파의 중간에 서 있다. 휴대폰 사용에도 큰 불만이 없고 그래서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지만 PCS에 대한 기대도 있는 부류다. 관망파는 아직은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시각이다. 서비스업체간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요금과 품질면에서의 개선이 불가피할 것이므로 좀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이 가운데는 PCS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어느 정도 입증되는 내년 초쯤 휴대폰과 PCS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 고수냐 전환이냐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어찌보면 「진짜 실리파」라고 할 수 있다.
PCS 3사는 이미 30만명에 육박하는 가입희망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절대다수는 신규 가입자이지만 기존 휴대폰 가입자들도 일정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위의 권유에 흔들리는(?) 휴대폰 사용자들이 예상외로 많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