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요금 조정은 정보화 추세에 역행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데이콤도 시내전화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라.」
정통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전화요금 및 우편요금 조정」에 관한 내용을 둘러싸고 네티즌들의 반대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4대 PC통신망에는 이와 관련된 토론방이 잇따라 개설되면서 엄청난 수의 네티즌들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 붓고 있다.
물론 절대다수의 주장은 이번 전화요금 조정에 대한 성토에 모아져 있다. 일부에서는 조정안 철회를 위한 통신인 서명운동에 나서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들의 이같은 극심한 반발기류는 단순히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한계를 넘어서 집단 행동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갈수록 반발의 정도나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지난해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번은 인접통화권을 원상회복하자는 정부의 전화요금 조정안에 거세게 반발, 「항복」을 받아낸 바 있다. 또 한번은 통신검열의 위험성을 내포한 통신법 개정시안 역시 이를 철회시킨 「전과」를 가지고 있다.
사이버 스페이스의 사용환경과 가장 밀접히 연계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정부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네티즌들이기 때문에 이번 정통부의 전화요금 조정안에 대해서도 한치도 물러설 것 같지 않다.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역시 실질적인 PC통신 사용료의 인상에 모아져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시내전화 요금이 8.2% 인상, 3분당 현행 40원에서 45원으로 인상된다. 그 반면 시외 및 국제전화료는 9.3∼12.7% 인하된다.
정부는 특히 시내전화료가 인상됨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 이용의 활성화를 위해 PC통신 요금은 동결한다고 밝히고 다만 일반 전화회선을 이용해 PC통신을 접속하는 사람들은 인상된 요금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네티즌들의 반발은 바로 이 대목에 집중된다. 정부의 통신료 인하논리가 적용되려면 「014XY」망을 이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는데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014XY」망을 이용하고 싶어도 노드 수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산, 분당, 산본 등 수도권지역의 신도시를 비롯해 중소도시의 네티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설명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모뎀과 일반 전화회선을 이용, 국내 PC통신망과 연결하거나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꼼짝없이 인상된 요금을 적용받게 된다. 물론 똑같은 경우라도 지방 중소도시 거주자라면 시외전화요금 인하의 혜택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서울 및 수도권 네티즌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정부가 PC통신 요금을 동결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PC통신이 곧 「014XY」뿐 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이 역시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압도적이다.
014XY망의 노드 수를 단기간내에 대폭 확충, 기존의 모든 일반전화선 접속자를 이곳으로 끌어들인다면 수긍하겠지만 그도 아니면서 「쓸 데 없는 생색내기」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 전화회선을 통해 PC통신망에 접속하는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정보사회 활성화를 위해 통신료를 대폭 인하하는 것도 모자랄 판에 자꾸 인상만 고집하는 정부의 거꾸로 가는 행정을 질타하고 있다.
통신토론방에 올라온 내용 중에는 옮기기 민망할 정도의 글도 많다. 일부에서는 이런 모든 정책이 독점의 폐해에서 비롯된다며 데이콤에게도 시내전화 사업권을 허용, 하루빨리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이번 요금 조정은 여러가지 정책현실을 고려한 나름대로의 논리적인 타당성은 인정받지만 네티즌들은 그것과는 별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고, 특히 정서적으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