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삼성전자 제값받기 수출전략 딜레마

「제값받기」 「자가브랜드 비중 높이기」로 대변되는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수출전략에 경고등이 깜박이고 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5대 가전제품의 수출실적은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각각 33.6%, 14.9%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 컬러TV, VCR, 세탁기가 1.5∼30%까지 줄어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동안 신규 유망시장으로 각광받았던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 대한 수출환경이 악화되면서 컬러TV의 수출이 줄어들고 VCR의 경우 동남아 및 중국산 제품의 추격과 이에 대응한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면서 직수출 물량이 줄고 있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나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를 위시한 백색가전제품 수출은 LG전자나 대우전자의 호조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LG전자와 대우전자의 5대 가전수출이 각각 20% 29% 증가한 것에 보인 것에 비해 17.5%에 그쳤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수출이 부진한 주된 원인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가 수출전략을 종전의 물량위주에서 실속위주로 전환한데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95년 사상 최대의 반도체사업 호조로 자신감을 얻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월드베스트」를 주창하며 가전제품 수출에 있어서도 제값을 받고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수출을 지양하기로 하는 등 세계적인 일류브랜드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적인 수출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삼성전자는 컬러TV의 경우 수출용 모델의 가격을 마쓰시타, 샤프 등 일본 브랜드 제품가격과 거의 동등하거나 일부는 일본제품가격을 웃도는 선으로 제시해 러시아, 동남아 지역에서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정착시키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수출용 가전제품의 평균단가는 LG전자나 대우전자 제품보다 평균 5∼10% 가량 높게 책정되고 있다.

그러나 제값받기 및 자가브랜드 고수 전략은 삼성전자가 선점했거나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높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실적인 평가다.

삼성전자의 수출담당자는 『아직도 주 경쟁상대인 일본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제값받기와 자가브랜드를 고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어려움을 실토했다. 특히 국내업체끼리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통해 거래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값받기 전략을 강행하는 데 따른 손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해외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자가브랜드 비중을 높이겠다는 삼성전자의 수출전략은 과거 물량확보에 급급, 출혈수출을 강행했던 국내 가전업계의 관행과 견주어볼 때 분명히 참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품질과 브랜드에 대한 평가가 단시간내에 높아질 수 없다는 점때문에 삼성전자의 고민이 가시질 않고 있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