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 군 겸용기술 개발

金定德, STEPI 자문위원

그동안 인류는 무수한 전쟁을 겪으면서 무기 연구개발을 통해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 예는 청동제 및 철제 무기의 개발을 비롯, 화약과 전차, 항공기, 전함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러한 무기기술의 개발은 필연적으로 민간부문의 기술발전을 가져왔다. 결국 군의 무기개발 기술과 민간의 생활기술은 둘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 우리는 이라크와 연합군 간에 벌어진 걸프전에서 각종 첨단무기의 무서움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연합군(특히 미군)이 사용했던 첨단무기의 핵심부품은 바로 일본의 민수부품 및 반도체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은 민군 겸용기술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가를 증명해 주었다.

민군 겸용기술의 예로는 군용항공기, 민수항공기, 승용차, 지프, 함정, 조선, 통신전자장비, 컴퓨터, 통신 등 다양하며, 더우기 차세대 첨단기술 분야는 그 성격상 민간과 군사용을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도 21세기에 대비하여 향후 5년간 과학기술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최근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 공포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추진되는 과학기술혁신 5개년계획의 10대 부문 중 하나로 민군겸용 기술개발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또 국가과확기술자문회의도 지난 5월 대통령 보고 때 민군 겸용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민군 겸용기술 개발사업단 설치 및 추진체계활립 등을 건의한 바 있다.

이같은 민군 겸용기술 개발정책의 적극적인 추진은 국가경제 성장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중복투자를 배제하고 투자의 효율화를 기해 과학기술진흥과 함께 국방과학기술을 다시 한 번 재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방부의 무기획득 관리규정 등 관계규정과 과학기술처의 기술개발촉진법, 특정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 등 관계법령과 규정이 개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요청된다.

범부처적인 기구로서 민군 겸용기술사업단을 만들어 이곳에서 과제의 선정, 관리, 평가 등 모든 사항을 총괄토록 하는 집중형을 고려할 수 있으며 또한 민군 겸용기술개발단은 여러 부처업무를 종합조정, 관장할 수 있는 권한도 갖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 핵심기능에 국가과학기술 정책문제를 포함시키고 대총령 과학기술 보좌관을 위원으로 참여시킴으로써 민군 겸용기술의 개발에 안보보좌관과 과학기술보좌관이 밀접히 협조토록 하고 있다.

또한 국방첨단연구사업단(DARPA)을 첨단연구사업단(ARPA)으로 그 이름을 바꾸고 민군 겸용기술의 개발기구로 탈바꿈했다.

우리의 경우 95년, 96년 겸용기술개발을 위해 과기처와 국방부간 공동관리 규정을 제정하고 과제 발굴노력을 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민군 겸용 기술개발을 위한 상호협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부처이기주의나 기관이기주의에 의해 각론에서 시행계획을 만들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민군 겸용 기술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그 장애요인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확인됨으로써 비로소 이원화된 국가연구개발 체계가 민군 겸용기술 개발에서 만나 일원화 체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