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올리브나무 사이로

올해 칸느 영화제에서 <체리맛>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비전문적인 배우의 기용,인공세트를 쓰지 않는 현장촬영,자연광 사용으로 담백하고 관조적인 영상을 만들어 현실과 영화사이의 간격을 좁힌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94년)는 그의 시리즈작품인 「길의 3부작」중 마지막 편이다.키아로스타미는 91년 지진이 이란을 강타하자 1부작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때묻지 않고 가슴푸근한 우정을 보여주었던 네마자데와 아마드 두 어린이가 걱정돼 폐허가 된 코케마을을 다시 찾아 간다.그곳에서 그는 잿더미에 부모형제를 묻고서 새 가정을 꾸린 젊은 부부를 만난다. 그들을 보며 그는 <그리고 삶은 지속된다>(92년)를 제작했다.<올리브 나무사이로>는 바로 그 영화를 찍을 때 부부로 등장한 호세인과 테헤레에 관한 에피소드이다.

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사는 소녀 테헤레를 사랑하는 벽돌공 출신 호세인. 그러나부모가 죽기 전날 호세인의 청혼을 거절했기 때문에 테헤레는 이를 부모의 유언으로 알고 호세인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할머니마저 두사람의 결혼을 반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호세인이 일자무식인데다 집이 없다는 것이다. 감독은 자신을 냉대하는 테헤라에게 끊임없이 구애를 하는 호세인에게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그 윗세대들의 결혼의조건에 대한 통속성과 빈부격차가 심한 이란의 현실을 발견한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그리고 삶은 지속된다>의 촬영을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며 배우를 뽑으며 시작되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테헤레는 촬영중에도 호세인에게 말(대사)을 하지 않고 농부의 낡은 옷보다 평소 좋아하는 옷을 입겠다고 고집한다. 호세인은 지진으로 죽은 자기의 친척수가 25명이라며 65명이라는 대본을 무시하고 계속 죽은 사람의수를 25명이라고 말한다.

또한 호세인은 영화촬영 틈틈이 권위적이고 거친 영화속의 자신의 배역이 실제로 자신과는 다르다며 테헤레에게 열심히 구애한다.이들에게 영화는 현실이고 싶은 대상이자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꿈을 이룰 수 없는 호세인은 영화처럼 되고 싶으면서도 영화의 허구성에 저항한다.

이런 반복된 충돌을 받아 들이면서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점점 리얼리티에 가깝게 접근한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테헤레에게 감독은 쫓아가라고 권장한다.테헤라는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네마자데가 걸어갔던 지그재그 길을 지나 울창한 올리브나무사이와 초원길을 걸어간다.

호세인은 테헤라의 뒤를 열심히 쫓으며 구혼하지만 테헤라는 침묵하며 걷기만 한다. 카메라는 올리브나무사이길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고정되어 4분의 롱테이크로 두사람을 지켜본다. 잠시 후 경쾌한 음악과 함께 호세인이 초원길을 가로질러 감독과 관객을 향해 숨가쁘게 뛰어오는 모습을 담는다. 호세인의 감절한 소망은 이루어졌고 그의 희망찬 새 삶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평론가,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