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KBC를 잡아라.」
국내 자동판매기 업체들이 한국코카콜라보틀링사(CCKBC)를 비롯,음료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다.
국내에 자판기가 출현한 이래 최근까지 주류를 이뤄오던 커피자판기가 점차 퇴조를 보이고 캔자판기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자판기 제조업체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LG산전을 비롯한 삼성전자, 롯데기공, 해태전자 등 자판기 제조업체들은 커피, 캔 복합자판기를 집중 출시하는 한편 음료업체들의 요구에 대응해 캔자판기 생산량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들 업체가 최근 캔자판기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은 올해 하반기들어서면서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커피자판기가 퇴조하는 대신 캔자판기가 부상하면서 「음료회사들의 대접전」이라는 호재가 더해져 자판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음료회사들의 경쟁속에서 어부지리를 거두는 쪽은 LG산전과 삼성전자. 상반기에 한국코카콜라보틀링사(CCKBC)가 국내 보틀러들을 통합을 추진함과 동시에 향후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3천5백억원을 투자키로함에 따라 당연히 자판기 구매량도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LG와 삼성을 제외한 다른 자판기 업체들은 두 회사가 그동안 음료회사를 두고 있지 않은 탓에 코크4사에 자판기를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공급해왔다고 분석,이번 CCKBC의 직판체제 선언을 계기로 그동안의 거래관행을 끊을 좋은 기회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LG와 삼성이 CCKBC사로부터 캔자판기 2백여대를 수주한데 이어 앞으로 나올 물량도 이들 업체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여 기존의 공급체계를 와해시키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산전과 삼성전자는 R134A냉매를 채택한 캔자판기를 개발하는 한편지폐식별기, 코인메커니즘 등 주요 부품도 CCKBC의 사양대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산전과 삼성전자의 관계자들은 『음료업체들이 경쟁사에게 장비를 발주하겠느냐』며 『CCKBC뿐만 아니라 동아오츠카, 동서식품 등 다른 음료회사들의 캔자판기 물량도 LG나 삼성이 독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CKBC의 행보에 대해 롯데칠성측이 반격에 나섬에 따라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기공도 최근 캔자판기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칠성은 올해 캔자판기 수요가 4천여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롯데기공이 60%가량은 납품한 상태다.
롯데기공은 롯데칠성에 제품을 납품하는 한편 동아오츠카나 제일제당 등의캔자판기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밖에 해태전자도 해태음료의 수요를 충당하고 제일제당, 동아오츠카, CCKBC 등의 물량도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CCKBC의 물량 확보를 위해 R134A냉매를 채택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코카콜라 본사의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
CCKBC가 구매할 물량은 정확하지 않지만 예년수준으로 잡을 경우 올해 캔자판기 내수는 8천5백대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는 1만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 자판기업체와 음료회사간의 합종연횡이 어떻게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