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통업계 여성파워 시대 (17)

두전컴퓨터 영업부 손은경씨

아침마다 새로 깨어나는 여자. 청포도 같은 상큼함이 배어 있어 누구에게나 웃음을 안겨주는 분위기 메이커. 하지만 그녀에겐 독수리 같은 맹렬함이 숨어 있다.

종합정보통신업체 두전컴퓨터 영업부 손은경씨(23). 그녀를 두고 주위에서 평하는 가치는 별다르다. 사회생활 초년생으로 예상치 않은 능력을 발휘하는데 두전의 동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처음 맞기엔 약간 무겁다 싶은 무역업무를 오밀조밀 풀어가는 솜씨가 일천한 경력의 소유자라고 말하기가 쑥스러울 정도다. 따라서 그녀의 첫번째 평은 「손끝이 짠(?) 여자」로 통하고 있다.

『주어진 일에 만족하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모른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알면서도 실수하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죠. 가급적 내 힘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힘들 경우 구원의 손길을 요구합니다. 그러다 보면 성취감도 생기고 자신의 일에 만족하게 되죠.』

여기에 신세대 같지 않은 넉넉함(?)으로 주위사람들을 수용하는 것이 그녀의 장점이다. 선배들의 필드영업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 주고 숨돌릴 틈없이 돌아가는 무역업무를 군소리 없이 해낸다. 오히려 대학원 강의가 없는 날 야근을 자청해 잔무를 끝낸다. 이러한 맹렬함이 그녀의 진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무역업무라는 특색 때문에 인터넷에 푹 빠져 지내다보니 자연 컴퓨터를 사랑하게 됐어요. 원래 전공은 지리학이고 부전공으로 컴퓨터를 했습니다. 대학 때부터 지리정보시스템(GIS)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직장생활 또한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게 돼 다행입니다.』

그녀는 입사하자마자 큰 일을 해냈다. 인터넷 홈페이지(www.doojun.co.kr)를 새롭게 단장했다. 또 회사소개 브로셔를 새롭게 만들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틀에 박힌 브로셔는 별 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그녀의 생각이 참신한 반향을 일으켰다. 컬러 레이저프린터로 한장씩 인쇄해 만든 두전의 브로셔는 그 꼼꼼함과 성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당연히 고객들의 반응은 OK. 「아이디어 우먼」으로도 인정을 받은 셈이다.

『주위의 도움이 컸습니다. 특히 두전의 철저한 교육은 저에게 가혹하다 싶은 채찍이지만 매일 조금씩 커가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두전컴퓨터는 최근 미국 넷 매니지사와 네트워크 스토리지 솔루션사의 국내 대리점으로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그녀의 일은 이들 두 회사의 관리가 주 임무다. 매일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 전자우편을 검색하고 새로운 소식과 변화된 상황을 영업에 접목시킨다.

『이 일이 좋은 이유는 첨단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는 자부심과 첨단기술의 동향파악이 빨라 남보다 정보를 먼저 취득한다는 것이죠. 앞으로 더욱 경험을 쌓아 기술세미나를 개최하는 역할을 맡고 싶습니다.』

그녀의 첫 인상은 영화 「귀여운 여인」의 여주인공 줄리아 로버츠를 연상케 한다. 그 상큼함만큼 두전컴퓨터의 앞날이 쾌청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이경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