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세계 각국의 전자산업은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대폭발」 「제3의 르네상스」 등의 화려한 수식어와 뉴욕 주식시장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전자관련 주가가 오늘의 전자산업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세계의 전자산업이 최고의 「성장」과 「변화」를 맞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럼 과연 우리의 전자산업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세계적인 성장과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 몇년 동안 우리나라 반도체업체들이 메모리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메모리 못지않게 비메모리 분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도체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치고 이같은 말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이제 반도체업체들이 비메모리분야(시스템 LSI)에 투자하려는 듯 분주한 모습이다. 반도체업체들이 인력양성과 기술개발이 필수적인 비메모리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그동안 「사람」과 「자금」, 그리고 「시간」 등에 투자계획을 세우고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모두들 걱정만 해온 게 아닌가 싶다.
반도체분야에는 「무어의 법칙(Mooreb@s Law)」이란 게 있다. 18개월을 주기로 반도체의 복잡성이 2배로 증가한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는 더 이상 정상이 아니다. 물론 「시스템 LSI」분야에서도 이 원칙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새롭고 편리한 기능과 성능이 보강된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적기에 내놓을 수 있는 이른바 「제품의 성능과 기능향상」 「가격」 「적기출하」 등의 3가지 요소를 갖춘 기업만이 황금기를 맞고 있는 전자산업에서의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3가지 요소는 기술적으로 「시스템 LSI」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크게 고급의 시스템 설계능력과 이를 효율적으로 반도체 칩화(Systemonchip)할 수 있는 능력으로 나누어진다. 지적재산(IP)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업체들은 시스템 LSI와 관련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시스템 LSI의 지적재산 확보에만 주력해왔다. 이 분야에서는 지적 재산확보 못지않게 이의 활용성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업체들은 「버추얼 소킷 인터페이스 얼라이언스」 등 해외 여러기구와 회의에 적극 참여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지적재산을 세계시장에 소개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들어 세계적으로 시스템설계 능력은 효율적인 반도체 칩화에 의해 설계의 재활용이 가능한 모듈화, 표준화, DB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도 지적재산의 활용 못지않게 상당히 중요하다.
실제로 모토롤러는 최근 2년여 동안 시스템 설계기술을 개발해 그동안 7개월 정도 걸리던 8비트의 고객주문 마이컴의 설계기간을 자체 기술로 7주로 줄였으며 그후 회로설계기술과 그 인터페이스 기술이 뛰어난 사외 파트너를 통해 설계기간을 7일로 줄인 사례가 있다. 그것은 설계의 재활용이 가져다 준 성과였다. 모토롤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개선 프로젝트를 찾아 진행하고 있다. 모토롤러의 이러한 자세와 해결방법은 우리 반도체업체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