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세탁기시장은 5천3백만대 규모로 지난해보다 2∼3% 남짓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탁기의 3가지 방식별로 시장 규모를 보면 동남아 지역에 많은 회전판(펄세이터)방식이 2천2백만대, 유럽지역에 많은 드럼 방식이 2천1백40만대로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미주지역에 많은 애지테이터방식은 9백30만대로 아직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펄세이터와 드럼방식에 밀려나고 있는 추세다.
펄세이터세탁기는 세탁조의 아랫부분에 있는 회전날개가 회전하면서 생기는 물살로 세탁물에 충격을 주면서 세탁하는 방식이다. 세탁력은 좋지만 옷감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드럼세탁기는 옷감을 넣은 드럼을 회전시켜 낙차에 따른 충격으로 세탁하는 제품. 옷감의 손상과 엉킴이 적으며 삶는 세탁과 건조가 가능한 잇점이 있지만 값이 비싸고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 애지테이터세탁기는 세탁조 중앙에 있는 봉이 규칙적으로 반전해 생긴 물살로 빨래하는 제품이다. 한꺼번에 많은 량을 세탁할 수 있고 엉킴과 손상이 적지만 세탁력이 약한 게 흠이다.
펄세이터 세탁기는 세탁과 탈수가 나눠진 2조식과 통합된 전자동으로 구분되는데 각각 4대 6의 비율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자동세탁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그 비중은 앞으로 2∼3년내 5대 5의 비율로 바뀔 전망이다.
주요 시장을 보면 펄세이터세탁기의 종주국인 일본에서만 5백만대 이상의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한국 시장은 1백30만대 규모다. 특히 최대 펄세이터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9백만대를 웃돌 것으로 보여 펄세이터세탁기업체들의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는 마쓰시타와 산요인데 각각 세계 펄세이터시장을 17%,14%씩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마쓰시타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에 생산라인을 거의 이전하고 높은 브랜드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올해에도 여전히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생산기지의 이전에 따른 품질 저하와 신기술 개발을 게을리 함으로써 2위인 산요와 한국업체들로부터 맹추격 당하고 있다.
펄세이터세탁기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대상은 중국업체들이다. 중국업체들은 자국 시장을 80% 이상 장악하고 있는데다 생산이 과잉 상태에 이르자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아 저가 시장에서만 성과를 거둘 뿐이지만 중국 업체들은 앞으로 펄세이터세탁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펄세이터세탁기가 세계 세탁기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1∼2년 뒤에는 드럼세탁기가 그 자리를 이어받을 전망이다.
올해 펄세이터세탁기의 수요는 지난해보다 60만여대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드럼세탁기의 수요증가량은 1백만대에 이른다. 물량 차이도 60만대 규모에 불과하다.
드럼세탁기시장을 지역별로 보면 유럽 1천7백만대, 아주지역 1백60만대, 중남미 1백10만대 순이다. 이 시장을 일렉트로룩스(21%), 보쉬(13%), 월풀(10%) 등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최근 중국과 아주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과 일본업체들은 중남미 시장에 대한 펄세이터세탁기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두 진영간의 힘겨루기가 앞으로 볼만해졌다.
그렇지만 환경에 대한 규제가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옷감의 손상과 엉킴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드럼세탁기의 장래는 매우 밝다. 업계 관계자들은 2000년께 드럼세탁기가 2천7백만대 규모를 형성, 펄세이터세탁기를 2백만대 차이로 따돌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드럼세탁기 시장에 대한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지만 유럽업체의 브랜드지명도가 워낙 높은 데다 서구 중심의 제품 개념을 갖고 있어 본격 진출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미주 지역에 주로 있는 애지테이터세탁기는 이처럼 드럼세탁기와 펄세이터세탁기의 공격으로 그 입지가 날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