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들은 올 하반기 출시한 세탁기 신제품 개발에 전반적으로 세탁기의 기본성능이라고 할 수 있는 세탁력과 헹굼력 개선에 많은 비중을 두고 회전날개 세탁기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엉킴문제와 세탁물 손상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한때 세탁기의 부가기능을 강조했던 가전업체들이 최근들어 기본성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8㎏급 이상 대용량 세탁기가 주력제품으로 자리잡았지만 세탁 및 헹굼이 미흡하고 세탁물 엉킴이 여전하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탁력 향상과 관련해 올 신제품에 기술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입체수류 발생능력을 보강한 것이다.
입체수류는 세탁날개로 물살을 일으키고 세탁조에서 물을 떨어뜨려 회전날개의 세탁력이 미치지 못하는 세탁조 상단의 빨래에 대한 세척효과를 높이며 이와 함께 세탁조 바닥에서 물을 솟아오르게 하는 3가지 방법으로 구현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가 세탁조 바닥에 유로를 설치하고 기구적인 방법으로 물이 솟아오르게 하는 세탁방식은 올 신제품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수중강타에 채용된 물기둥이나 LG전자의 삼중 물펀치, 대우전자의 분출물살 등 이름은 다르지만 회전날개 방식에서 세탁사각지대로 알려진 세탁조 중앙에 세탁력을 보강하고 세탁물 엉킴을 최소화해보자는 것이 이러한 발상의 동기다.
LG전자, 삼성전자가 카오스 세탁기 팡팡이나 빨래손 세탁기 등의 회전날개 중앙에 수류를 타고 상하운동을 하는 세탁봉을 채용, 세탁조 중앙에 수류를 형성하기 위한 시도를 한 바 있는데 세탁봉 대신 분출물살 방식이 도입된 것은 세탁봉으로 인한 세탁물 손상문제가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세탁조 바닥에서 물이 솟아오르게 한 아이디어는 이미 미국의 월풀이 봉세탁기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아래에서 기구적으로 솟아오르는 물살의 힘은 빨래를 회전판 바닥에 닿지 않게 할 정도이지 가전업체들이 광고하는대로 빨래를 들어올릴 정도의 힘을 내는 것은 아니다.
헹굼성능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조 상단에 쏟아지는 샤워물살의 각도를 넓히는 방법으로 헹굼성능을 보완했고, 대우전자는 세탁조 사방에 50개의 구멍을 뚫어 헹굼효과를 개선했다.
또 올해 가전업체가 시도한 기술로 눈에 띄는 것은 「시간단축」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이같은 아이디어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가사노동 시간이 적어진 최근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와이셔츠, 속옷, 양말 등 매일 빨아야 하는 세탁물에 간이코스를 적용했고, LG전자와 대우전자도 각각 급속코스를 적용해 20분대에 세탁을 완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채용했다.
그러나 봉세탁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동양매직을 제외하고 회전날개(펄세이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가전 3사의 98년형 세탁기는 엉킴문제와 관련해선 별로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물론 세탁봉을 대신할 수 있는 입체수류의 엉킴방지효과를 강조하고 있으나 회전날개 방식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 수 있는 엉킴문제를 시원스럽게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