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가 TV수상기를 대신해 지상파 방송의 새로운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PC는 지상파 방송사들로부터 완숙도를 더해가는 팔방미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지상파 방송과 PC간의 파트너 관계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요즘들어 지상파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뉴미디어」분야를 전략과제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동반자관계에 있던 TV수상기가 새로운 변신을 꾀하지 않는 한, 외면시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PC를 시청자를 빼앗아가는 존재로 간주했다. 「PC마니아나 네티즌들로 인해 점차 TV의 시청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곳곳에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이 뉴미디어방송을 외치면서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5일 첫 전파를 발사한 EBS위성교육방송. 「서비스가 시작된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PC 및 보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현상이 발생했다. PC를 통해 위성교육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데다 곧바로 EBS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저장된 내용을 살펴볼 수 있고 「에듀넷」에도 접속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PC 한대면 위성 과외방송의 이른바 입체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디지털 위성 수신보드를 개발해 삼성전자 등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는 두인전자는 이와 관련된 마케팅전략 수립에 나섰다.
사실 지상파 방송이 PC를 새로운 연인으로 인식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인터넷TV 생방송에서부터다. 그 단적인 예가 KBS의 인터넷 생방송을 통한 「박찬호 야구중계」.
당초 네티즌들은 KBS가 인터넷을 통해 리얼티임으로 지상파 방송을 중계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박찬호 선발등판경기를 보기 위해 KBS홈페이지에 접속을 시도했다. 접속도 힘들었지만 힘들게 접속하고도, 인터넷 생방송에서는 박찬호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자 네티즌들은 PC통신과 전자우편을 통해 KBS에 항의시위를 전개했다.
박찬호의 경기모습을 보고자 했던 네티즌들은 KBS의 인터넷 전용회선이 부족한 것은 차치하고 1TV에 한해 인터넷 생방송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물론 박찬호 선발등판경기는 2TV를 통해 중계됐다.
네티즌들의 열화같은 요구에 직면한 KBS는 대응조치를 취했다. 박찬호 야구시합시간에는 생중계하고 있는 1TV 대신에 2TV의 박찬호 시합을 투입했으며 네티즌들의 원활한 접속 및 시청을 위해 전용회선을 증설하는 한편 스트림웍스 서버를 추가로 확보했다.
KBS 전산정보실 장규동 차장은 『박찬호 야구중계시간이 되면 KBS인터넷 홈페이지 접속률이 한없이 올라갔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PC통신과 전자우편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민원이 들어왔다』며 『네티즌들의 PC를 통한 박찬호 야구시청 욕구가 이 정도인 줄은 처음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MBC의 인터넷 정보방송 역시 PC와 찰떡궁합 관계임을 보여줬다. PC를 통해 TV를 시청하면서 각종 프로그램자료를 받아볼 수 있고 인터넷까지 즐길 수 있는 인터넷 정보방송에 대해 MBC는 새로운 수익사업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MBC는 지난달 12일부터 「MBC 인기가요 베스트 50」을 비롯한 23개 프로그램의 직, 간접적인 정보를 담은 송출하는 한편, 오는 9월부터는 모든 방송시간대에까지 이를 접목시킨다는 방침이다. 불과 시험방송서비스 6개월 만에 본방송체제에 들어가는 인터넷 방송에 대해 MBC는 『수익사업의 가능성이 충분한데다 컴퓨터업체들의 호응이 무엇보다 좋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이 인터넷 정보방송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용 수신보드 및 인터캐스트SW의 보급이 관건인데 월 3만대의 PC를 판매하는 삼보컴퓨터가 지난 6월부터 인터캐스트보드를 기본으로 장착한 PC를 출시한 데 이어 현주컴퓨터, 삼성전자, LG-IBM, 세진컴퓨터도 이에 속속 가세, MBC의 사기를 올려줬다. 내년 말까지는 인터캐스트보드 및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3백만대 규모의 PC보급이 가능해진다는 전망이 제시되자 KBS, SBS, EBS가 이를 뒤따를 움직임이다.
지상파 방송의 뉴미디어사업과 PC의 접목은 앞으로도 잇따를 전망이다. 각 방송사마다 뉴미디어를 중점과제로 전개하고 있는데다 기존 뉴미디어서비스도 내용을 충실하게 진행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동영상 구현을 기본기능으로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PC운용체계 「멤피스」가 출시되고, 장기적으로 디지털 지상파가 도입돼 방송과 정보통신, 컴퓨터가 융합되는 오는 2000년대에는 더욱 그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망을 전제로 한다면 지상파는 TV수상기가 아닌 PC를 새로운 짝으로 맞아들이는 것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