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전문점 영진
불황기를 헤쳐나갈 독특한 마케팅기법은 없을까.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고민하는 것중의 대표적인 것이다. 특히 「컴퓨터 경기」의 실종이라고 표현되는 전자유통산업의 불황은 끝이 안보일 정도로 장기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적지 않은 흑자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업체가 있다. 본지는 독특한 마케팅기법을 통해 불황을 헤쳐가는 전자유통업체를 발굴, 시리즈로 엮어 본다.
<편집자 주>
국제전자센터에 프린터 전문점 「영진」을 운영하고 있는 이제호사장(34). 그의 마케팅전략은 남다르다. 컴퓨터관련 사업을 5년째 해오고 있는 이사장의 최근 3개월간의 매출은 1억5천만원.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줄어든 것도 아니다. 지속되고 있는 불황을 고려해 볼때 안정적인 매출은 오히려 들쑥날쑥한 매출보다 낫다는 것이 이사장의 지론이다.
이 사장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컴퓨터관련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마진축소를 통한 가격인하이다. 가격파괴가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타 매장과 비교해 비싸면 영업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덤핑물량을 취급하는 것도 아니다. 덤핑은 결국 시장질서를 혼란케 하고 공멸의 길에 들게 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사장은 통신판매를 이용하는 판매창구의 다양화로 박리다매를 실현하고 있다. 매장영업으론 매출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영업사원을 동원한 지방영업과 함께 인터넷, 카탈로그 등 통신판매를 이용한다. HP 프린터 「카피젯」의 경우 시중가는 99만원. 이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K정보통신회사는 20만원상당의 휴대폰을 사은품으로 주고 있다. 영진에서도 20만원의 책상과 소모품을 사은품으로 주고 있다. 이사장은 20만원 상당의 사은품을 제품가격인하로 적용, 통신판매를 통해 79만원에 판다는 계획이다.
또 지속적인 광고를 통해 제품과 업체를 알리는 홍보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전략중의 하나. 「불황은 호기, 어려울때 일수록 투자하라」는 경영이념을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
여기에 자신있는 제품만 판다는 생각이 꾸준한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수입판매한 스카시 콘트롤러의경우 제품에 문제의 소지가 있어 판매를 중단한 일이 있다. 그렇다고 판매한 제품이 소비자로 부터 클레임이 걸려온 것도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해 볼때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돼 판매를 중단한 것 뿐이다. 물론 3백여개이 재고를 안았다.
『일시적으로 파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1∼2년 영업할 것도 아닌데 신뢰도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더욱 큰 일이죠. 불황일 때 큰 흑자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인 만큼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투자를 먼저 생각합니다』
이사장은 불황중에 신뢰를 쌓고 있다. 금전적인 이익을 바라기 힘들다면 무형의 이익을 추구하라는 마인드가 이사장이 요즘 업체를 운영하는 기본생각이다.
『정상유통제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루트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마진을 최소화해 고객에게 친근함을 주는 매장을 가꾸는 것이 지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황이라고 짜증내지 않는 이사장의 마케팅전략이 새삼 돋보이는 상황이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