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두산-삼성전기, BGA원판 공동개발 착수 의미와 전망

국내 PCB원판(CCL:동박적층판)과 PCB기술을 각각 선도하고 있는 두산전자와 삼성전기가 최근 손을 맞잡고 BGA기판용 차세대 원판 개발에 착수한 것은 여러 각도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선 BGA패키지가 기존 PGA패키지를 대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아남산업을 필두로 한 국내 업체들이 세계 BGA패키지 시장을 주도함에 따라 장차 관련 PCB는 물론이고 핵심소재인 원판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수 있다.

세계적인 BGA패키지 업체로 떠오른 아남산업이 지난해부터 핵심부품인 기판(Substraits) 국산화를 적극 추진, 삼성전기 등 선발 PCB업체들이 잇따라 관련사업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련 원판 국산화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

물론 아직은 삼성전기 등 일부 업체만이 양산에 나서 국내 BGA원판 수요가 월 수천장(㎡기준)에 불과하지만 아남의 BGA사업 확장 및 부품 국산화 계획과 맞물려 양산 PCB업체가 늘어날 경우 원판업체의 최소 경제단위인 월 1만장 수요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기에 장차 MCM-L로 연결돼 관련 PCB시장이 동반 상승한다면 수요는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BGA기판용 첨단 원판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화학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미쓰비시가 국내 PCB업계의 라이벌인 일본서키트(JCI), 캐논(CCI), 이비덴 등 BGA기판 업체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도 BGA원판 국산화 추진의 중요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미쓰비시가 세계특허를 보유한 BT(Bismaleimide Triazine)수지에다 에폭시레진을 섞어 현재 상용화된 PCB원판중 성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BT원판을 독점 공급함에 따른 부작용은 점차 표면화되고 있다. BGA패키지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같은 독점에 따른 횡포는 더욱 노골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일본 업체와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국내 업체들로선 미쓰비시가 만약 한국 PCB와 BGA패키지산업의 급성장을 견제키 위해 공급을 조절한다면 치명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미쓰비시는 일본 BGA기판 업체들과 직, 간접적으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속적인 BGA기판 가격하락에 따른 채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핵심소재인 원판의 국산화가 시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현재 양산 PCB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고밀도 파인패턴 및 박판기술이 요구되는 BGA기판의 수율개선과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원판업체의 기술 뒷받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BGA 원판 공동개발계획이 예정대로 성사되기까지는 몇가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핵심부품 및 소재 국산화에 늘 따라붙는 일본 업체들의 파격적인 가격인하 공세와 고사작전을 들 수 있다. 과거에도 우수 국산부품이나 소재가 개발됐다가 경제성을 담보하지 못해 빛도 못본채 사장된 사례가 적지 않다.

또 하나 예상되는 걸림돌은 최종 수요처의 승인문제. 대개 BGA패키지의 최종 수요처는 인텔 등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나 컴퓨터업체인데 통상적으로 패키지는 물론이고 PCB, 원판 등 간접 구매부품에까지 복잡하고 지루한 품질승인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이들의 사전승인이 없이는 PCB업체에 채용되기 어렵다.

특히 전체 BGA패키지에서 원판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지극히 미미하다는 점에서 1차 수요처인 PCB업체, 2차 실질 수요처인 패키지업체, 최종 수요처인 반도체업체나 컴퓨터업체들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존 제품을 제치고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적극 채용해줄지 미지수다.

그러나 BGA원판이 개발돼 상용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해도 이번 양사의 국산화 노력은 XPC, FR1, FR2, CEM1, CEM2, FR4의 구도로 이어져온 국내 PCB 원판기술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함과 동시에 BGA기판에서 촉발된 국내 고다층, 고밀도, 초박판 PCB기술 및 관련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