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가상생산기법 도입 활발

가전제품 생산현장에 가상생산(Virtual Manufacturing) 바람이 불고 있다.

27일 가전업체들은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같은 가상현실기술을 응용, 제품이 생산되기 전에 제품설계와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알아내는 가상생산기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전업체들이 고객의 욕구를 제품에 반영하는 한편 설계를 바꿀 때 생기는 시간과 비용낭비의 문제점을 해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것인데 앞으로 가전제품 생산현장에 혁신을 불러올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본격적인 가상생산의 초기단계인 「동시 가상엔지니어링(Virtual Concurrent Engineering)」을 가전제품 제조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이는 상품기획, 설계, 디자인, 제조, 구매, 품질 등 제품개발의 각 단계에서 나오는 각종 데이터를 표준화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3차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사전에 파악하고 다시 제품을 설계하는 기법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법으로 청소기 등 일부 가전제품의 제조과정에서 여러번 거쳐야 했던 금형 제작과정을 한번으로 단축했는데 앞으로 제조공정에서의 문제점 등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능력도 높여 시제품을 생산하지 않고도 곧바로 양산할 수 있는 본격적인 가상생산기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현재 전자관, PCB, 세탁기, 청소기 등의 부품과 가전제품을 설계할 때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에 대한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는 기법을 응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기법을 모든 가전제품과 제조공정에 확대 도입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최근 각종 데이터를 모든 부서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체제정비에 나서고 있으며 제조형태에 따라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대우전자도 현재 설계단계에만 활용하고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앞으로 제조과정에도 적용키로 하고 각종 데이터 수집과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생산기법은 현재 미국 보잉과 GM사 등 항공기와 자동차업계에서 활발히 응용되고 있는데 최근 들어 가전업계에도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현재 국내 가전업계는 가상생산기법을 도입하는 초기단계여서 설계 등 부분적으로만 이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데이터와 관련기술이 축적되면 설계뿐만 아니라 제조과정도 사전에 검증하는 본격적인 가상생산체제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시기는 늦어도 2, 3년 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