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는 드디어 56Kbps 모뎀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최근 국내외 업체들이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56K모뎀을 전략상품으로 선택, 잇따라 내수시장에 진출하고 이에 발맞춰 컴퓨터 통신서비스업체들도 이의 도입, 운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하반기부터는 56K 모뎀 시대가 개막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56K모뎀은 네티즌들로부터 「꿈의 모뎀」으로 대접 받고 있는 제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송속도가 기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28.8Kbps 모뎀에 비해 두배 정도 빠르기 때문이다.
전화선을 이용, 국내 PC통신망이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대부분의 일반 네티즌들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느리다는 점에 가장 큰 불편을 느낀다. 복권도 즉석복권이 잘팔리고 식사 주문도 가장 빨리 나오는 메뉴를 선택하는 「빨리빨리 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국내 네티즌들에게 저속 데이터 전송은 불편을 넘어 짜증을 불러올 정도이다.
물론 데이터의 전송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네티즌 입장에서 볼 때 시간 낭비뿐 아니라 불필요한 이용 요금까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제공한다. 특히 멀티미디어 환경에 따른 음성및 화상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송 속도를 높일 수 있는 56K 모뎀은 일종의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인지 록웰과 US로보틱스등 56K모뎀을 공급하는 양대 산맥외에도 한솔전자 자네트시스템 맥시스템등 국내 모뎀업체들도 이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양산에 돌입하는 하반기에는 가격 역시 현재의 20만원대에서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니텔을 비롯, 하이텔, 엘림네트, 나우누리등 대부분의 ISP들도 소비자 요구에 부응, 56K 모뎀을 통한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시범 운용을 거쳐 본격 서비스에 돌입하기도 했다.
56K모뎀이 갖고 있는 고속 전송이라는 원천적 장점과 가격 인하 추세및 ISP의 가세는 네티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 하반기에는 본격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은 여기서 출발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56K 모뎀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몇가지 걸림돌을 제거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특히 장애 요인들이 네티즌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제조업체와 기존 통신망의 구조적 문제점이라는 것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최대의 현안은 이 모뎀의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록웰은 K56Flex를, US로보틱스는 X2를 채택하는등 사용 프로토콜이 서로 다르다. 더욱이 이들 양사의 제품은 호환성이 없다.
그래서 이 서비스를 시행하는 ISP들도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다. 세계적으로는 록웰 진영이 컴퓨서브를 비롯, 약 3백여개이고 US로보틱스 진영은 AOL등 1백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ISP 역시 하이텔과 코넷 나우누리등이 록웰 방식을 ,엘림네트 우리넷등은 US로보틱스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텔만이 유일하게 이들 양사의 제품을 모두 지원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비표준화는 결국 네티즌의 혼선을 불러온다. 이같은 사실을 모른채 덜컥 56K 모뎀을 구입했다가 자신이 접속하는 컴퓨터망의 서비스 프로토콜과 다르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반드시 구입전 확인이 요구된다. 소비자들의 혼란은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통신환경이 56K의 성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는 일부의 지적은 충격적이다.T1라인과 E1라인이 복합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국내 통신망에서는 각각 코딩된 데이터가 교환기를 거쳐 서로 다른 라인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데이터 손실이 발생, 사실상 56K의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아직 확실한 필드 테스트를 거쳐 검증 받은 단계는 아니지만 이것이 현실로 드러날 경우 매우 충격적이고 56K 모뎀 시장 형성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