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4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비디오텍스(문자정보) 서비스인 미니텔은 프랑스인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국영통신회사인 프랑스텔레콤(FT)이 전화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미니텔을 전화선에 연결하고 해당 코드를 누르기만 하면 각종 서비스가 쏟아져 나온다. 그 내용도 생활정보에서 전문지식, 공공서비스, 오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재 미니텔은 프랑스 일반국민의 생활 속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열차나 비행기의 에약도 미니텔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했다. 국립대학의 입학절차도 지난 91년부터 미니텔로만 가능하게 되었다. 선거에서도 미니텔은 각 정당 정치인들의 정견을 홍보하는 정보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인들은 1천4백50만명이 1억6백만시간 동안 미니텔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같은 미니텔의 성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때 미국, 일본,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의 정보화투자에 이정표가 됐다. 미니텔이 지난 80년대 우리나라의 정보화사업 특히 「하이텔 단말기 보급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이다.
미니텔의 성공 이유는 당시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70년대 FT의 전신인 체신부의 총재였던 티에리는 출발 때부터 단말기 1백만대의 무료지급을 내걸고 『공급이 먼저, 수요는 다음』이라는 방침 아래 이 사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갔다. 이와 함께 FT는 대량공급과 사양 단순화를 통해 1대당 1백83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미니텔 단말기를 조달, 공급을 확대할 수 있었다. 이런 정부의 정책들이 결과적으로 보급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미니텔이 모습을 보인지 약 15년 만인 지난 8월26일,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미니텔이 프랑스 사회의 정보화를 가로막는 주범이라며 지난 15년간 쌓아온 「미니텔 신화」에 정부 스스로가 종지부를 찍는 결정을 내렸다. 이날 조스팽 총리는 『미니텔은 오로지 국내용인 데다 기술적 한계 때문에 새롭고 유망한 정보기술의 적용, 발전에 장애가 된다』면서 인터넷 시대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요즘 우리는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으로 다양한 사고와 정보가 전세계 안방으로 파고드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확산은 국가간을 국경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세계의 「정보화 이정표」였던 미니텔을 부득이하게 인터넷으로 바꿔야 하는 프랑스의 정보 문화혁명이 어떻게 성공을 거둘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