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SW산업의 생존전략

전하진 지오이월드 대표이사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시장은 전세계 시장의 1.8%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 SW의 활용도가 낮다는 사실을 잘 대변한다. 우리나라 SW업계는 현재 이 조그만 파이를 놓고 서로 출혈경쟁을 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외국의 대형 SW업체들의 국내 진출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외국 회사들과 경쟁하여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세계시장 안에 수없이 많은 「틈새시장」을 찾아 그 틈새시장에서 세계 제일이 되는 길이다. 틈새시장은 유연성이 있고 작아서 중소기업의 진입이 훨씬 유리하다. 전세계 틈새시장에서 수위를 차지한 기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의 힘은 막강해질 것이다. 이러한 틈새시장은 세계를 무대로 한다면 우리나라 시장의 수십배가 되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 지오이월드가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는 「조이블럭」이라는 교육용 SW는 국내에 5천카피가 보급되었으나 전세계로는 20만카피 정도가 공급되었다. 처음부터 전세계 틈새시장을 노린 결과 20배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틈새시장에서 기술우위를 차지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거대시장에서 거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정면승부보다는 승산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해야 하고 이러한 전문가 집단이 잘 협동해야만 한다. 명배우, 명감독이 함께 만든 비디오를 쉽게 선택하듯이 각자의 전문성이 잘 어우러져야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전문 마케팅회사와 협동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팔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말해서 마케팅 없이는 결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도 더욱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같은 미디어를 사용하지만 컨셉전달이 비교적 쉬운 영화나 비디오, 그리고 음악과는 달리 SW는 내용도 엄청나게 많을 뿐만 아니라 신뢰성, 사용의 용이성, 효율성, 타사 제품과의 비교 등 제품의 장단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SW는 마케팅하기가 무척 어려운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광고나 홍보 등을 통해 간단한 콘셉트 전달 정도의 마케팅 활동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며,이것 조차도 아예 무시되는 경우가 흔하다.

SW분야만큼 절묘하고 창의적인 마케팅이 요구되는 분야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는 제품을 무료로 나누어 주기도 해야 하며, 어떤 경우는 많은 교육을 시켜야 되기도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사용 방법의 표준화를 위해 사활을 건 싸움을 하기도 한다.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피가 마르는 노력이 필요한 분야이다.그 중에서도 우리가가장 간과하고 있는 것이 브랜드 로열티다. 예를 들어 우리가 월트디즈니사의 작품은 그 작품을 설사 모른다 하여도 월트디즈니라는 브랜드 로열티로 인해 타 제품보다는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SW를 만든다고 하여도 제품 하나하나를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신뢰 받는 것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전문적인 SW마케팅 회사가 틈새시장별로 만들어진 시장요구를 잘 파악하고 전문화한 개발업체들과 서로 손잡고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를 시장으로 마케팅하여야 한다. 즉 마케팅 회사가 중심이 되어 개발회사들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장의 요구에 즉응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SW업체로 세계적인 브랜드 로열티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고 또한 일정한 수준에 오를 만큼 브랜드 로열티를 갖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브랜드 로열티는 국내 많은 벤처기업들의 마케팅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SW의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는 첫째, 개발기업은 세계적인 전문기술을 보유하여야 하고 기업 스스로 모든 것을 하려는 욕심을 과감이 버려야 한다. 둘째로 틈새시장은 반드시 전세계를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 이로써 우리는 국내시장만을 목표할 때보다 약 50배 이상의 기회를 갖게 되며 그 시장에서 성공할 때 바로 국내시장에서도 시장 우위 전략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셋째로는 개발기업 못지않게 전세계 틈새시장을 목표 시장으로 하는 SW 마케팅회사를 적극 육성, 활용해야 한다. 이들로 하여금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을 기획하게 하고 이에 따라 전문적인 개발회사들간 협업을 통해 최고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개발사와 마케팅회사와 같은 「전문가 집단의 상호 협동을 통한 세계화」, 이것만이 우리 SW업계의 생존전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