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주파수 간섭문제 해결 배경

SK텔레콤과 무선데이터 사업자간의 주파수 간섭문제가 「주파수 조정」이라는 특단의 조치로 일단락됐다.

주파수 분배 권한이라는 강력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통부가 결국 잘못된 주파수 분배였음을 인정하고 무선데이터 서비스의 주파수대역을 상향 조정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본보 8월30일자 1면 보도>

이에 따라 에어미디어, 인텍크텔레콤, 한세텔레콤 등 3개 전국 무선데이터 사업자들은 기존 8백96~8백98㎒대역에서 8백98~8백90㎒대역으로 주파수 대역을 옮기게 된다. 변경된 무선데이터 주파수 대역의 경우 기존 SK텔레콤의 디지털 이동전화와 4㎒ 정도 간격을 두고 있어 사실상 주파수 간섭 문제는 종결될 전망이다.

그동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속앓이만 해오던 무선데이터 사업자들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주파수 간섭문제가 속시원히 해결됨에 따라 상용서비스를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돌입하게 됐다. 사실 이번 주파수 간섭문제는 정통부의 배려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4월 무선데이터 서비스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SK텔레콤의 주파수 간섭문제가 대두된 이후 SK텔레콤은 이를 시정하기로 정통부와 무선데이터 사업자와 합의하고 새로운 필터 개발에 나섰다.

당시에 SK텔레콤이 내놓은 대안은 이전에 25㎒ 광대역 필터를 11㎒와 4㎒로 구분해 일명 「11+4㎒대역」의 필터를 개발해 송신주파수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안이었다.

즉 SK텔레콤이 사용하고 있는 아날로그 방식 주파수 대역인 8백69~8백80㎒와 디지털(CDMA)방식 주파수 대역인 8백90~8백94㎒를 구분한 필터를 사용할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11+4㎒ 필터가 가능해도 사실상 이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데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에 낙후된 필터 제작기술을 고려하고 여기에 SK텔레콤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성능 좋은 필터을 개발한다는 것은 초기부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필터 개발이 5월에서 7월로 다시 9월로 계속 연기되는 등 처음에 1백20억원을 투자해 전량 교체하겠다는 공언이 무색할 정도로 SK텔레콤의 필터 개발은 난항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무선데이터 사업자들도 기지국 구축 등 실질적인 작업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도 주파수 간섭이라는 결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서비스 연기라는 치명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주파수 간섭의 근본 문제는 성능 좋은 필터 개발 보다는 인접한 서비스 주파수 대역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가드 밴드가 2MHz에 불과하다는데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이를 쉽게 정부측에 제기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필터 개발 작업도 사실상 포기한 상태를 직면하게 된 것.

정통부도 입장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대책이라는 명분 아래 주파수 분배를 해 놓은 상황에서 주파수 대역을 변경한다는 것은 잘못된 주파수 정책이었음을 시인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주파수 간섭 문제는 정통부의 근시안적인 주파수 정책,낙후된 국내 필터 제작 기술,SK텔레콤의 무관심 등이 맞물린 대표적인 사례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