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전세계 컴퓨터업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소송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국 미시건주의 한 대형 슈퍼마켓이 일본의 한 사무기기업체 미국법인을 상대로 컴퓨터의 「2000년 문제」로 인해 파생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컴퓨터의 2000년 문제는 컴퓨터가 연도를 마지막 2자리만으로 인식해 서기 2000년과 1900년을 구별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로 최근들어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2000년 문제가 처음으로 표면화된 것으로 이 문제관련 소송 1호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효기간이 2000년을 초과하는 크레디트카드를 카드체크장치에 넣었더니 점포의 모든 컴퓨터 시스템이 다운됐다」
이런 이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한 곳은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인 「프로듀스 팔레스 인터내셔널」. 피고는 이 업체에 컴퓨터시스템을 납품한 일본 사무기기업체 테크사의 미국법인 「테크 아메리카」.
원고인 프로듀스 팔레스 인터내셔널측 변호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대형점을 개점하면서 지난 96년 4월 테크 아메리카로부터 카드체크장치 10대를 포함한 컴퓨터시스템을 도입했으나, 『고객이 유효기간 2000년을 초과하는 크레디트카드를 사용할 때 시스템 전체가 다운되는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며 『테크측에 대응책 마련을 요청했으나 개선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지난 7월 11일 「테크 아메리카」를 상대로 미시건주 재판소에 최저 1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테크측은 『현재 현지로부터 정보를 수집해 상황을 분석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 슈퍼마켓에 납입한 기기는 2000년 문제 대응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제품으로 『2000년 문제 대응 소프트웨어 자체의 결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테크측은 그러나 『이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시스템은 지금까지 미국내 만도 30여개사에 판매한 상태』라며 『왜 프로듀스사 제품만이 오동작을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0년 문제 대응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는 미 바이어소프트사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이같은 문제로 시스템 판매업체 등을 제소하는 사건이 세계 각지에서 잇따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현재도 소송에는 이르지 않았으나 2000년 문제로 발생한 트러블을 양측 합의로 해결한 예가 미국에서는 이미 몇건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크레디트카드업계는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 사용기한이 2000년을 넘는 크레디트카드의 발행을 억제해 왔다. 또 최근 주요 카드업체들은 자사가 운영하는 고객정보센터 시스템의 2000년 문제를 이미 해결해 놓고 있어 곧 사용기한이 2000년을 초과하는 카드의 발행을 제개할 계획이다. 따라서 주요업체들이 발행하는 카드는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2000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일부 중소카드업체들의 시스템과 주요업체의 카드일 지라도 아직 2000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맹점의 카드체크장치를 이용할 경우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은 아직 2000년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적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한층 높다.
카드 가맹점들이 이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2000년 문제 대응 소프트웨어를 탑재해야 한다. 이번 소송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시스템업체들은 『기기와 소프트웨어의 소유권이 가맹점에 있음으로 해결비용은 가맹점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반해, 가맹점들은 『2000년이 올 것을 알면서 판매했음으로 과실은 시스템업체에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2000년 문제는 비단 카드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산업전반에 걸쳐 이 문제는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세계 최초로 표면화된 이번 일 테크사와 미 프로튜스사의 논쟁은 2000년 문제를 둘러싼 트러블의 조족지혈에 불과한 것으로 향후 1-2년간 비슷한 종류의 문제들이 다발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