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34)

시계를 보았다.

20:30.

김지호 실장은 현황판의 현황을 정리하고 있는 정 과장을 불렀다.

『정 과장, 대전 자재국에서 출발한 발전차량은 현재 어디에 있나?』

『네, 지금 사고현장에 있습니다.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그래?』

『서울 자재국 발전차량보다 용량이 크기 때문에 배수모터를 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맨홀 속의 물을 얼마나 퍼냈는지 파악되면 이야기해주게.』

『알겠습니다.』

『정 과장, 지금 강 과장 어디 있지?』

『자동절체시스템을 복구시키고 있을 것입니다.』

『알았네.』

절체코드가 쭉 늘어져 있었다. 발걸음 옮기기에도 불편할 정도였다. 김지호 실장은 통제실 한쪽에 자리한 자동절체시스템으로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겼다.

통신망 일단 정상.

광화문 네거리 1호 맨홀을 지나치는 통신망은 절체를 통해 우회시켜 일단 기본 통신망에는 문제가 없다.

1호 위성과 2호 위성도 정상적으로 자세를 잡았고, 위성통신으로서의 구실을 다하고 있다. 국제회선과 특수회선의 통화에도 지장이 없고, 위성방송 중계도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만 사고 부근의 일반회선과 전용회선은 여전히 불통되고 있을 뿐이다.

김지호 실장은 길게길게 이어지고 겹겹이 쌓인 절체코드를 조심스럽게 지나 자동절체스시템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자동절체시스템.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면 즉각 예비 전송로를 통하여 자동으로 절체, 통신망에 장애를 주지 않도록 하는 장치. 16:00. 광화문 네거리 1호 맨홀에서 발행한 화재와 함께 다운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시스템을 복구시키기 위해 단말기 앞에서 각종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는 강 과장을 불렀다.

『강 과장, 어떻게 되었나?』

『아, 실장님. 그렇지 않아도 실장님께 보고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어떤 사항이지?』

『시스템에 바이러스가 침투되었습니다.』

『바이러스?』

『그렇습니다. 트로이의 목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