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은 편리성과 익명성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의 영화다. 무라카미 하루끼의 단편집에서따온 「해피앤드」라는 ID를 가진 라디오PD 동현(한석규 분).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하는 케이블TV 쇼핑가이드 수현. 동현은 과거의 사랑을 잊지 못해, 수현은 현재의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
그러던 어느날 동현이 옛애인으로부터 배달된 「벨벳 언더그라운드」 앨범에서 「페일 블루 아이즈(Pale Blue Eyes)」라는곡을 방송에 내보내게 되고 이 음악을 듣다가 자동차 사고를 피하게 된 수현은 그 음악을 방송국에 신청하게 된다. 혹시 음악을 신청한 사람이 옛 애인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동현은 수현과 PC통신을 하게 되지만 곧 그녀가 아님을 알고 실망한다. 하지만 그후 두 사람은 통신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주며 새로운 사랑을 싹틔운다. 영화는 동현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한 「해피앤드」를 향해 가는 듯 하다.
<접속>은 현실적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영화적으로는 「새롭다」고 평가받을 만한 PC통신을 소재로 사랑이라는 통속적인 내용을 담아낸다. 현란함이나 과장됨이 없으면서도 다분히 감각적이다. 소란스럽지 않은 영화를 이끄는 힘은 주인공의 캐릭터다. 그런 점에서 자신에게 알맞는 역을 데뷔작으로 선택한 전도연의 연기도 주목할 만 하다. 여성의 감각에서 투영된 사랑이야기가 비교적 군더더기 없이 깔금하고 세련되게 표출되었지만 「사랑」 자체보다는 「꿈꾸는 사랑」에 대한 낭만이 더 풍성하다.
올 추석에 개봉되는 한국영화 5편 중 <접속>의 장윤현 감독은 <현상수배>의 정흥순감독과 함께 몇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두 편 모두 감독의 데뷔작이며 주인공이 각각 한석규와 박중훈으로 현재 한국영화의 흥행을 주도해 나가는 배우라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현상수배>가 현재 극장가에서 가장 확실한 흥행주류를 이루고 있는 코미디장르에 편승했다면 <접속>은 멜러라는 비교적 덜 안전한 소재를 택했다. 코미디에 싫증난 관객들의영화적 갈증을 해소시키는 「신선함」은 있지만 「지루함」은 남는 영화다. 주재료의 선택에 대한 안목은뛰어나지만 양념이 덜 가미된 요리를 먹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신선감」만으로도 독립영화집단 「장산곶매」 출신인 장윤현감독의 충무로 입성은 일단 성공적이라 평가할 만 하다.
참고로 영화보기를 즐겨하는 독자라면 비디오로 출시된 <데니스는 통화중/원제 DannisCalls Up>을 빌려 <접속>과 비교해 봐도 좋을 듯 하다. 이 영화는 PC통신보다는다소 구세대적이지만 전화를 매개로 현대인들의 상실감과 여러가지 사랑의 모습을 조명해 내고있다.주인공들은 서로 한번도 만나지 않지만 「영화보기」를 즐겁게 만드는 모든 요소가 숨어있다.신선한 아이디어와 유쾌한 유머, 심지어 섹스까지.
<접속>은 제 1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의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에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초청되었다.이 영화의 영어제목은 「Connect」가 아닌 「Contact」조디 포스터가 최근 출연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영화와 같은 제명이다.<엄용주: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