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의 이번 반도체시장 신규 참여는 무엇보다 기술협력선이 IBM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시스템과 반도체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이자 대형 반도체 수요처이기도 한 IBM과의 제휴는 동부가 사업 시작과 동시에 고급 기술력은 물론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IBM의 D램 기술이 기존 국내 반도체 3사의 기술방식인 스택 타입이 아닌 트렌치 타입이라는 것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트렌치형 커패시터 셀 구조는 커패시터를 완성시킨 후 소자 분리,트랜지스터 형성을 포함한 모든 공정을 나중에 수행하는 방식으로 스택 방식에 비해 에칭,세정,상부전극 형성 등 제조공정은 까다롭지만 초미세회로 구성이 용이하고 완벽한 평탄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치 방식은 세계적으로는 커패시터의 단위 면적당 정전용량을 극대화해야 할 2백56MD램 이상급 제품에 필수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IBM,도시바,지멘스,미쓰비시 등이 이미 이 기술을 활용해 2백56MD램 시제품을 내놓은데 이어 국내 반도체 3사도 기술변화에 대비해 연구소차원에서 트렌치기술 채용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가 삼성,LG,현대 등 반도체 3사가 선점하고 있는 D램시장에 진입하면서도 자신감을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트렌치 기술 방식은 국내 모든 업체가 처음 도입하는 기술방식이기 때문에 후발업체로서 불이익이 적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최고의 트렌치기술 보유업체인 IBM과 손잡음으로써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본격적인 시장진입 시기가 반도체 수급안정이 예상되는 2000년경이라는 점도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라는 진단이다.
IBM이 동부를 파트너로 삼은 것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잠재력이 높은 아, 태지역에 생산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멘스,도시바 등 트렌치기술의 공동개발에 나선 협력업체들이 이미 대만업체와 손잡고 생산에 나서고 있어 한국에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협력업체를 물색했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은 동부가 2백56MD램에서 성공할 경우 IBM이 기가제품 내지는 비메모리 제품에까지 협력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같은 목소리는 무엇보다 동부의 자금력과 인력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사의 한 임원은 『계열사의 전자분야 비중이 취약하고 자금력도 반도체 일관가공사업을 하기에는 리스크가 큰 편』이라고 진단한다.
동부측은 이에 대해 『자기자본비율이 30대그룹 가운데 2번째인 28.5%에 달할 정도로 건실한데다 내부거래비율이 30대그룹의 평균(35%)의 10분의 1도 안되는 3%에 못미쳐 실제 매출 잠재력은 10조원에 달한다』며 반도체사업 성사를 위한 여건은 충분히 갖췄다고 주장한다. 또한 반도체사업에 대한 그룹총수의 의지가 강한만큼 오히려 동부가 안고 있는 취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더욱 강도높게 추진될 가능성이 많다고 자신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