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가 경영악화로 대거 인수, 합병(M&A)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케이블TV PP는 상종가를 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케이블TV 내에 여유채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채널신설 계획이 줄을 잇고 있는 것. 더욱이 설립비용이 크게 치솟아 케이블 네트워크를 신설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단 한가지로, 채널을 신설하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재판중계 전문채널인 「코트TV」의 경우 지난 91년 설립이래 1억달러의 자금이 투여됐지만 아직까지도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평가금액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지난 2월 매각설이 나돌았 때 코트TV의 평가금액은 4억에서 4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이 수치는 투입자본의 4배, 연이율로 치더라도 30%에 달한다.
최근 출범한 신생 채널도 예외없이 성공을 거뒀다. 지난 95년 출발한 프로그램 채널들의 1년 경영성적을 보면 이같은 사실이 여지없이 나타난다. 원예와 실내장식이 전문인 홈&가든, 골프채널, 역사전문인 히스토리채널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지난 96년 신설된 프로그램 중에는 24시간 동물에 관련된 것만을 방송하는 「애니멀 플래닛」이라는 채널이 각광받고 있다. 모두 시청자의 특정한 관심에 초점을 맞춘 채널들이다.
이에 대해 케이블TV 전문가들은 『채널이 새로운 시청자를 발견하고 시청자는 새로운 흥미를 발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 증권분석가는 자신이 관리하는 업무 가운데 케이블TV 프로그램은 최고의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금맥을 찾으려고 분전하고 있는 채널 가운데에는 「게이 엔터테인먼트」와 「리커버리」가 손꼽힌다. 게이 엔터테인먼트는는 2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게이를 대상으로 한 채널이며, 리커버리는 알콜중독이나 약물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근 설립된 「마이 페트」 채널은 미국인 두명 가운데 한명은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으며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70%가 애완동물에게 크리스마스선물을 준다는 사실에 착안해 설립됐다.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고고학 채널, 수집품 채널, 군대채널, 범죄채널 등 특성을 살린 전문채널들은 인간흥미에 관한 일람표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서 벗어나는 채널도 있다. 각광을 받을 만도 한데 그렇지 못한 채널이 바로 컴퓨터 관련 채널로,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존스 컴퓨터 네트워크는 문을 닫았으며 한때 컴퓨터 채널을 검토했던 TCI와 마이크로소프트도 기획을 중단했다.
이같은 전문채널의 성공에 따라 미국은 케이블TV의 홍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케이블TV연맹(NCTA)의 분석에 따른다면 97년 2월 현재 전 미국에 배급되고 있는 프로그램 네트워크는 1백65개에 달한다. 아직도 56개가 새로운 PP로 발돋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내 지상파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두려운 것은 지상파방송과 같은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케이블TV PP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1%의 고정고객을 확보한 케이블 네트워크가 1백개 생길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정 시청자를 확보한 전문채널이 활성화할 경우 그 불똥이 지상파에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