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저작권 집중관리제가 변화를 맞으면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음악, 어문, 출판, 그림 등 특정 저작물별로 각각 하나의 단체를 두고 집중관리하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이 제도는 저작권 도입기에 다양한 관리창구로 말미암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채택됐다.
해당 단체들은 저작권자를 회원으로 두고 △저작권 실명 등록 △권리 양도 △저작물 이용 허락 △분쟁조정 △침해금지 청구 △손해배상 청구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에서 법률상의 소송대리와 같은 업무는 변호사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단체들은 실질적으로 저작권의 실명 등록, 정형화한 양도, 이용허락 계약의 대리 및 중개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이같은 집중관리시스템은 현행 저작권법 제78조 1항의 「저작권 대리, 중개 및 신탁관리」와 관련한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결코 「제한된 숫자의 저작권 위탁관리단체만을 허락하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가 아닌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문화체육부는 관련사업에 의지가 있는 개인 및 단체(전문회사)들의 신고 및 등록을 제한없이 수리하면서 각 저작물에 대해 1개의 집중관리단체만을 권장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문체부가 혼선방지 차원에서 암묵적으로 권장해온 제도가 시장경제논리 앞에 자연스럽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최근들어 그 쓰임새가 가장 넓은 음악저작물과 관련해 「갈등」을 낳기 시작했다. 지난해 민간업체인 기린음악권리출판사가 문체부에 대리, 중개업 신고를 필하고 저작권관리 청탁회사인 BMG뮤직의 음반복제권료(메커니컬 로열티)를 직접 징수, 분배하는가 하면, EMI가 음악저작권 관리전문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역시 메커니컬 로열티를 직접 징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작권료 징수와 관련한 KOMCA의 독점적 지위에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달 1일 포문을 연 6대 음반직배사들의 「對 KOMCA 성토전」은 KOMCA의 위상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음반직배사들은 그동안 갈등을 겪어오던 메커니컬 로열티 징수비율에 대한 이의제기뿐만 아니라 『KOMCA가 유일한 위탁관리 단체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원저작권자에 버금가는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KOMCA의 방송, 공연권료도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방송, 공연권료는 KOMCA의 독점적 지위가 가장 잘 보장되는 부문이다. 실제로 KOMCA는 KBS, MBC, SBS 등 공중파TV로부터 방송, 공연권료를 일괄적으로 징수, 분배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계약시에도 이같은 독점적인 지위가 보장되리라고는 아무도 장담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악저작권관리 대행업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메커니컬 로열티나 방송, 공연권료는 근본적으로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용에 대한 대가지불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방송공연권료를 직접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방송, 공연권료 직접 징수를 시도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방송국 관계자들은 KOMCA로의 일괄적인 저작권료 지불을 통해 모든 음악저작물 이용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알았으나 그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즉 저작물 이용계약이라는 것이 「사용량에 따른 사후징수」가 당연함에도 KOMCA와의 계약에는 「사전징수」라는 오류가 있다.
따라서 저작권자들로부터 권리를 양도받아 활동중인 저작권관리 대행업체들이 해당 방송국에 방송, 공연권료 지불을 요구할 경우, 방송국으로서는 『이미 KOMCA에 일괄 지불했다』는 대응논리를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메커니컬 로열티 직접징수를 무기로 활동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민간관리 대행업체들, 외국 음반직배사들의 거센 반발과 공세, 흔들리는 방송, 공연권료 징수의 독점적 지위 등 KOMCA로서는 97년이 「어려운 해」로 기록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