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20);씨티아이반도체

씨티아이반도체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갈륨비소 단일칩 초고주파 집적회로(MMIC)를 생산하는 씨티아이그룹의 주력회사다.

씨티아이그룹은 정보통신을 주력으로 하는 6개사로 구성돼 있다. 이동통신관련 엔지니어링사업을 하는 (주)씨티아이를 모체로 항공관련 부가통신(VAN)사업을 하는 에어링크코리아, 무선LAN 카드의 레이컴, 이동통신 기지국장비의 에어컴,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데이터통신사업을 하는 오브컴코리아, 그리고 씨티아이반도체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 6개사 가운데 씨티아이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제 막 사업에 착수한 단계로 아직까지는 씨티아이반도체만이 유일하게 매출을 올리는 회사라 할 수 있다.

씨티아이반도체의 주력사업을 정확히 말하면 MMIC 패키징이다. 합작회사인 미국 레이시온社가 설계한 칩을 들여와 패키징해 공급하는 것.

이름도 없는 씨티아이반도체가 패트리어트 미사일 생산업체로 유명한 미국 레이시온과 합작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94년 김혜봉 박사(현 씨티아이 미국지사장)의 소개로 당시 레이시온의 화합물반도체공장 사장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씨티아이반도체는 합작이 성사되자마자 총 2백억원을 투입, 충북 음성군에 대규모 패키징공장 건설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6월 연간 2천만개의 칩을 패키징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했다. 이는 통신용 반도체 패키징 단위공장으로는 세계적으로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규모다. 특히 최근에는 고주파칩의 패키징 재료를 세라믹에서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수 있는 「J T 메서드」라는 새로운 패키징 기술을 독자 개발, 패키징에 관한 한 상당한 기술도 확보했다. 그동안 갈륨비소 MMIC 패키지로는 세라믹 재료 사용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져왔으며 일부 연구소나 기업에서 플라스틱 패키지 채용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씨티아이반도체는 그동안의 단순 패키징에서 벗어나 MMIC 웨이퍼 일관가공(FAB) 사업에 진출하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함으로써 새롭게 도약한다는 목표를 이루어가고 있다.

MMIC FAB는 씨티아이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최대 역점사업으로 투자비만 해도 7천억원을 상회한다. 단순히 패키징만으로는 부가가치 측면이나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다.

씨티아이반도체는 이에 따라 최근 독일과 미국의 설계시공 전문업체를 선정, 본격적인 공장설계 작업에 착수했으며 올해 안에 부지 정지작업에도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MMIC FAB사업은 오는 99년 4월까지 1차 투자만으로 6인치 웨이퍼 월 5천장을 가공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만드는 것. 이것만으로도 약 5천평 부지에 3천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특히 이 공장이 6인치 갈륨비소 웨이퍼 가공라인이란 점은 눈여겨 볼 일이다. 현재 갈륨비소 웨이퍼는 3, 4인치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4인치, 6인치 겸용라인을 갖고 있는 회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반면 이보다 앞선 6인치 라인을 기본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이 MMIC 사업을 위해 조만간 별도법인 (주)CTI MMIC를 설립할 예정이다.

독자기술 확보는 이 회사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그동안 레이시온이 설계한 제품을 단순히 패키징하는데 그쳐 무선통신용 반도체 사업의 관건인 칩 설계능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초 주파수변환기 가운데 업컨버터 시장공략에는 성공했지만 좀더 기술적으로 어려운 다운컨버터 생산은 실패한 경험도 있다.

최근 설립한 씨티아이연구소는 바로 자체기술 확보의지를 대변하는 것이다. 씨티아이그룹의 중앙연구소 역할을 할 이 씨티아이연구소는 씨티아이반도체를 비롯해 계열사들이 요구하는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하게 되며 해마다 전 계열사 매출액의 5%를 재원으로 확보, 지속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이 회사가 장외시장에 등록한 것은 지난 3월. 당시 코스닥(KOSDAQ) 입찰사상 최대규모인 7백58대 1의 높은 경쟁률과 매매개시 후 25일간 상한가 행진을 계속하는 진기록을 남긴 바 있다. 통신용 반도체의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씨티아이반도체는 매출 첫해인 지난해 1백6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3백96억원을 달성, 연말까지는 8백80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내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최대의 증권시장인 나스닥(NASDAQ)에 등록도 추진하는 등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터뷰】 씨티아이반도체 김종태 사장

올 초 통신용 반도체 일관가공(FAB) 사업 진출을 선언한 김종태 씨티아이반도체 사장은 최근 MMIC FAB라인 구축을 위한 설비 도입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라인을 어떤 형태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설비투자 규모와 생산효율성 등에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FAB 건설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미국과 독일의 2개사와 각각 계약하고 공장 설계를 위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는 아웃라인을 말하는 개념설계를 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상세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FAB 설비투자는 프로세스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결론을 내지는 못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FAB사업을 전담할 (주)CTI MMIC라는 이름의 별도법인도 빠르면 다음달중 설립하고 공장건축을 위한 부지조성 작업도 올해안에 들어갈 계획이다.

-FAB공장 규모는.

▲1차 투자로 3천억원 내지 3천5백억원이 들어가며 99년4월에 1차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 생산규모는 6인치 웨이퍼 월 5천장을 가공할 수 있는 정도인데 규모면에서 갈륨비소 MMIC 생산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이며 6인치 웨이퍼를 가공하는 최초의 공장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2004년까지 4단계에 걸쳐 총 7천억원 이상을 투입,세계시장의 20%를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CTI연구소와 미국 CTI아메리카에 있는 반도체 디자인센터를 활용하게 된다. 초기에 디자인센터에서 설계한 후 생산은 국내에서 맡을 가능성이 크다.

-CTI연구소 설립의 의미는.

▲CTI연구소는 최근 서울 무역협회 빌딩내에 설립됐다. 그동안 미국회사들과 제휴로 기술개발 문제를 해결해 왔으나 이것만으로 독자기술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체기술을 확보하고 창조기술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체연구소가 필요하다. 앞으로 각 계열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 전수해주는 중앙연구소의 역할을 하게되며 매년 계열사 매출액의 5%씩을 투자,세계적인 연구소로 키워나갈 것이다.

-최근 합작사인 레이시온이 경쟁사인 휴즈와 TI의 갈륨비소반도체 사업을 인수한다고 하는데 씨티아이반도체에 미칠 영향은.

▲당초 그런 시도가 미국의 독점금지법에 제동이 걸려 현재 주춤한 상태라고 들었다. 다만 TI의 갈륨비소 반도체 공장인수 작업은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레이시온과 제휴하고 있는 씨티아이 입장에서 나쁜 일은 아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