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 소 소재 및 관련 부품업체들이 전후방업종으로 사업영역을 대거 확대, 오랫동안 암묵적으로 유지돼온 소재-부품-세트업계간의 수직적인 고유영역이 점차 붕괴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무한경쟁시대에 대응한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국내 소재 및 부품업체들이 자체 보유한 기초기술을 바탕으로 전후방업종에 진출하는 경향이 최근 본격화돼 기존 전문업체들의 강력한 경쟁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기업들의 수직계열화 현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장차 특정 품목이나 특정 업종만을 고집해서는 사업성을 유지해 나가기가 어렵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오랜 경험과 기초기술을 활용,관련 전후방업종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경우 쉽게 시장진입이 가능하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PCB를 축으로 동박,원판,부품조립(어셈블리),완제품 세트 등으로 영역이 구분돼온 PCB 관련분야의 경우 일부 원판업체들이 PCB 부분가공 및 일관가공사업에 진출했으며 상당수 PCB업체들은 부품조립, 모듈, 세트사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일부 PCB업체는 후방업종인 소재사업에까지 진출하는 등 부품업계 전반의 영역파괴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통신부품 분야에서는 RF부품업체들이 RF모듈 등 시스템용 중간부품과 통신기기 쪽으로 영토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역으로 통신기기업체들의 핵심부품시장 참여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핵심 원자재업체는 통신부품 제조에 뛰어들기도 했다.
근본적으로 자성재료에서 출발하는 파워 및 구동 부품분야에서는 코어업체가 트랜스나 파워서플라이사업에 참여하는가 하면 소재업계의 소형모터사업 참여와 모터업체들의 구동부 어셈블리 및 완제품 조립사업 진출이 잇따르고 있으며 자기헤드업체들은 핵심부품인 관련 헤드기술을 근간으로 FDD, HDD, 카드리더, 팩시밀리 등 완제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또한 콘덴서, 저항기 등 회로부품업체들은 기초 소재를 생산,직접조달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고 센서업체들은 센싱기술을 활용,가스조절장치나 차량용 경보시스템 등 완제품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스위치업체가 리모컨을 만드는 것도 일반적인 상황이다. 이 밖에도 배터리업체들이 배터리팩사업,안정기업체들이 등기구사업,데크메커니즘업체들이 CDP나 CD체인저 사업에 각각 진출하는 등 부품과 세트 혹은 소재업체 간의 영역구분이 갈수록 모호해지는 복잡한 구도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전과 통신,혹은 방송이 결합하듯 전자산업이 전반적으로 복합화하면서 이제 특정 부품이나 소재만으로 사업방향을 설정해서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고 전제하며,『그러나 이같은 고유 영역의 파괴는 근본적으로 기술의 집약을 요하는 전자산업의 질적인 성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