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최대의 인쇄회로기판(PCB)업체인 삼한전자(대표 한만상)가 단면 PCB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의 경기도 오산 PCB사업부가 다층기판(MLB)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부가가치가 낮은 단면사업을 정책적으로 축소조정하면서 모니터, 컬러TV 등 LG전자 영상부문의 단면 PCB 오더가 상당부분 이 회사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한의 경영진이 국내 단면 PCB 수요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수요처인 LG그룹과 인척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단면 PCB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잘나가는 후발업체」 수준을 넘어 강력한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관련, 삼한측의 한 관계자는 『한사장이 성요사 출신으로 전형적인 LG맨인 데다 LG와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 현재 판매량의 80%가 LG물량』이라며 『단면 PCB사업이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장치산업이지만 여전히 관리면에서 유리한 중소기업형 품목이란 점에서 LG의 단면 PCB사업 조정에 따른 반대급부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LG전자 PCB OBU의 단면사업 축소 또는 단종이 불황탈출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했던 단면업체들은 삼한의 부상으로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한 업계관계자는 『삼성이 과거 삼성전기의 관계사였던 청주전자를 수급조절 및 PCB업체들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활용했던 전례가 LG-삼한의 밀월을 통해 재연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삼한의 부상은 이 회사의 최근 행보와 생산량 추이를 보아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불과 1, 2년전만해도 월평균 5만장(㎡)대로 중위권이었던 이 회사의 단면 PCB 생산량은 계속 늘어 현재 약 7만장대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최대업체인 대덕산업(35만장)과는 큰 차이가 나지만 2위권인 청주전자나 새한전자와는 엇비슷한 규모다. 이로 인해 매출도 급증, 지난해 1백16억원에서 올해는 1백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업계에서는 실버루홀PCB 등 특수제품을 제외하고 정책적으로 단면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LG전자는 물론이고 대덕, 새한, 청주 등 「빅3」업체들 모두 최근 국내 가전업계의 수출부진과 경기침체로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삼한의 부상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대목이다.
생산능력 또한 만만치 않다. 삼한은 지난달 자동생산라인을 하나 추가함으로써 현재 자동라인 2개, 반자동 및 수동라인 각각 1개를 확보해 월 총 15만장에 육박하는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이 역시 대덕(40만장)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새한(20만장), 청주(10만장)등과 어깨를 나란히할 만한 규모다.
그러나 대덕산업 등 기존 업체들도 삼한의 득세를 그냥 앉아서 볼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가전과 단면 PCB 수요추세를 감안할 때 별다른 호재가 없고 경기호전에 대한 전망도 어두운 상황에서 LG전자의 단면사업 감축과 삼한의 급부상이 미칠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지난해 대덕산업 Y부장을 스카우트해 최근 단면 PCB사업의 재건을 꾀하고 있는 코리아써키트를 비롯, 대폭적인 설비증설과 해외투자 등으로 추가 오더확보가 불가피한 대덕산업, 새한전자 등 선발 단면업체들간의 물밑 경쟁을 한층 뜨겁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