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창조] CC마트

중고 컴퓨터 유통에서 출발, 종합 정보통신 전문그룹으로 도약한다.

중고 컴퓨터를 대량으로 구입, 소비자들에게 재판매하는 CC마트(대표 이병승, 080-966-8000)가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이 시장에 진출한지 불과 5년 만에 벌써 올해 외형이 1백5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국내 전자유통의 메카인 용산에서도 경이의 눈길로 이 회사의 질주를 바라보고 있다.

CC마트가 현재 다루는 품목은 중고 컴퓨터. 물론 제조업이 아닌 유통업이다. 줄잡아 한해에 2백만대 가량의 PC가 퇴물로 전락하고 적어도 1백만대 이상은 아예 「폐기물」 꼬리를 달고 쓰레기장으로 향한다.

이 회사가 타깃으로 삼은 중고 PC는 바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XT나 AT 등 이미 박물관행이 유력한 기종은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거의 다루지 않는다. 1∼2년 전만 해도 최신 모델로 각광 받던 386 역시 인기가 없다.

가장 많이 취급하는 것은 역시 486DX 기종. 나오는 물건도 많고 찾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CC마트는 펜티엄급 신제품을 도입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구모델의 처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에 다가간다. 적당한 가격에 대량 매입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구모델의 경우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가격으로 「불하」에 나서기도 하지만 처리해야 할 숫자가 워낙 많으니 CC마트라는 회사가 살아갈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 준다.

일단 이 회사가 구입한 중고 컴퓨터는 성능 테스트를 거치고 사양별로 구분돼 소비자에게 선을 보인다. 최신 최고 기종만을 고집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맛으로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같은 중고 컴퓨터는 의외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컴퓨터에 대한 이해가 깊고 다루는 솜씨가 능숙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컴퓨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품 구매」가 자동차보다 더 심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기껏 워드프로세서나 일정관리, 혹은 게임이나 컴퓨터 통신을 즐기는 것이 전부인 소비자라면 486급이면 만사 「OK」. 멀티미디어를 돌리기에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컴퓨터업체들은 평균 3∼4개월에 한번씩 모델을 교체하고 최신 기종은 2백만원이 훨씬 넘는다.

CC마트에서 판매하는 486DX 기종은 사양별로 40만원에서 60만원이면 살 수 있다. 그래도 미심쩍은 사람이라면 메모리 용량을 늘리고 고속 모뎀을 장착하면 펜티엄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한다.

컴퓨터를 이해하고 실속파가 많아질수록 중고 컴퓨터 유통은 팽창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몰아닥친 불황의 골이 깊어질 수록 중고 수요는 반대로 더 커진다. 전화 2대에서 시작, 지난해 50억원, 올해 1백50억원 규모로 질주하고 있는 CC마트의 돌풍은 그래서 더욱 주목받는다.

이 회사는 자원 재활용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라는 점에 착안, 기존 중고 컴퓨터 유통을 더욱 확대하고 관련 제조업에까지 진출, 종합 정보통신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현재 용산에 직영점 8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내에 이를 전국 20여곳으로 확대, 전국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면 모든 중고 전자제품 및 일부 신제품까지 취급하는 중고 재고 아울렛 매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기반은 컴퓨터지만 가전및 여타 정보가전제품도 다루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활용 시장을 겨냥한 제조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버려지는 컴퓨터를 수거해 그 중에서 금 등 소재와 칩 등 사용 가능한 부품을 추출, 재활용하는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상당 부분 진척돼 성사단계에 있다.

이 회사 이병승 대표는 『중고 컴퓨터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했지만 국내에서는 자원을 재활용하고 해외에는 저급기종을 수출, 결과적으로 국내경제에 이바지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시장전망이 좋은만큼 계획된 프로젝트를 차례로 추진, 2000년께에는 코스닥 상장에 적극 나서 이 분야 전문그룹으로 육성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