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SW 수입과 국산화

兪完善 인터샵코리아 대표이사

외국에 좋은 소프트웨어(SW)가 개발돼 있다면 그 제품을 수입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국내 SW산업 발전 및 개발자들의 개발의욕을 고려해 수입하지 않는 것이 옳을까. 이것은 SW유통업체로선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고민이다.

「세계화」라 하면 누구나 복잡하고 거창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수준 높은 용어로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한해 동안 필자에게 벌어진 상황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일소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화에 편승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찾던 필자에게 평소에 알고 지내던 이의 도움으로 인터넷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인터넷 회선속도는 짜증날 만큼 느렸지만 참으로 신기했고 우리가 원하는 미래란 바로 이런 곳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컴퓨터는 딱딱하고 융통성 없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오던 필자에게 인터넷과 웹브라우저라는 기술은 기존 전산시스템의 고비용 구조와 낮은 활용도를 쉽게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전자상거래를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또 다른 형태의 유통혁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문명의 이기를 나름대로 잘 활용하여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두 달여 동안 곰곰이 생각한 끝에 전자상거래 기능을 갖춘 완벽한 사이버쇼핑몰을 인터넷에 마련해 보겠다는 계획이 섰다.

그런데 국내에서 전자상거래가 결합된 인터넷 상점을 구축하려고 보니 초기 출자비용이 개인 또는 소규모 회사가 감당하기에 어려울 만큼 막대했다. 결국 이 분야에 경험이 많은 외국업체를 찾아서 그 업체에 맡기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 달을 헤매다 마음에 쏙드는 외국 회사를 만나게 됐다. 사이버 쇼핑몰 구축비용도 큰 부담이 없는 수준이었고 품질 면에서도 필자가 기대한 이상의 것을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제품을 나만 향유할 것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소개한다면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국내에선 소개가 되지 않은 제품이기에 더욱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잘 만들어진 외국제품을 국내에 전하자니 국내 개발자들이 감당해야 할 파급효과가 문제였다. 만약 이 제품이 국내에 도입되면 국내 동종사업 개발자들에게는 커다란 실망을 안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과연 제품을 수입하는 것이 애국인지, 수입하지 않는 것이 애국인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다. 진정한 세계화란 무엇인지도 고민된다.

수입한다면 SW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들의 의욕을 꺾을 수 있고 또 수입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열악한 제품을 고가에 생산하는 현실에선 우리 모두의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SW유통업계에 종사하는 필자로선 전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단시일 안에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그 방법이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외국 제품보다 나은 제품이 국내에서 개발된다면 당연히 그 제품에 대한 판로개척을 위해 발벗고 나설 각오도 돼 있다.

사실 유통업체가 이와 같은 걱정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우매한 일일 수도 있다. 적어도 세계화, 미래 정보통신시대 등을 부르짓는 정부라면 국내 SW산업계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그를 헤쳐나가기 위해 어떠한 지원을 해야할 것인지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