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마이티 아프로디테

우디 앨런의 유머에 우리 관객들이 웃고 즐거워 한다.할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지더니 뉴욕의지식층이 열광하는 그의 패러독스와 뉴요커들의 진한 농담까지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이 생긴 것일까.그런 것만은 아닌듯하다.우디 앨런의 세상 보는 눈과 언어가 바뀐 것 같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사랑에 관한 시선이 매우 따듯하고 편안해졌다. 현학적이고 어둡고 지루하고 수다스런 세상 비꼬기의 전작들과 달리 그도 이제는 보다 대중적 언어로 얘기하게 됐다. 뉴욕의 고집쟁이가 점점 할리우드와 타협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마이티 아프로디테>에서 우디 앨런은 그리스 신화를 빌어 사랑과 섹스와 가족관계를 풍자한다.힘센 아프로디테는 바로 사랑의 힘이다.그 사랑에 대한 현대인의 가치왜곡, 이기주의는이미 그리스신들도 두손을 들만큼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다.

스포츠전문기자 레니 와인립(우디 앨런)의 아내 아만다는 출산의 고통과 몸매가 망가지는것이 싫어 임신보다는 입양을 원하고,남자들은 자식이 크면 떠나기 때문에 소용없다며 자식 기르기를 거절한다.

그리스신들은 이런 인간들 마음 속에 어떻게 「아프로디테」가 존재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생각을 뒤집는 역을 우디 앨런이 맡았다. 아내가 입양한 아기에 대한 확신에 찬 믿음(천재성)은 생모에 대한 호기심으로 번지고, 생모를 찾아 그것을 확인해보려는 강박관념으로 이어진다.인간의 비극성을 내다보는 그리스신들은 매우 희극적이면서날카로운 풍자의 뮤지컬로 경고하지만 레니는 생모 린다 에쉬(미라 소르비노)를 찾아낸다.

소심한 레니와 창녀 린다의 만남에 대해 신들은 가정을 파괴시키는 위험한 일이라고 걱정하지만,질펀한 성적 농담과 온갖 해프닝 속을 뒤집고 감독은 레니의 진실한 인간애와 린다의 아름다운 사랑을 드러낸다.비록 두 사람이 자기의 아이를 서로 상대방이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각자의 삶을 살아 가지만 아직도 인간에게 「아프로디테」의 흔적들이 있으며 그힘센(순수, 모성) 아프로디테(린다)를 확인한 순간 신들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즐겁고행복하다.

부부관계, 연인들의 심리, 그리고 섹스에 관한 다양하고 기발하고 노골적이면서 그것을 신과 현대인의 만남, 대화를 통해 익살로 풀어내는 우디 앨런의 천재성은 여전하다. 그속에서사회모순과 지적 위선에 「총을 쏘아」 관객들을 웃겨놓고는 그는 전혀 우습지 않고 심각하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것이 우디 앨런의 벗어날 수 없는 한계이자 매력이다.

누구보다 자신의 작품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감독은 스스로 주연까지 맡아 현대인의 왜소한 삶을 잘 표현하고, 린다 애쉬역의 미라 소르비노는 터질듯한 육감적인 몸매에 하이톤의 음성으로 백치에 가까운 포르노 배우임에도 자신이 똑똑하다고 느끼는 넌센스여인을 매우 완벽하게 소화해내 95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김혜원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