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업계에 단말기 제조업체 수직계열화 바람이 불고 있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동전화사업자인 SK텔레콤(대표 서정욱)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단말기 제조를 위해 미국 퀄컴사와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개인휴대통신(PCS) 및 시티폰 사업자들 사이에 단말기 제조업 진출 또는 계열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단말기 업체를 계열화하는 데 적극적인 것은 안정적인 단말기 공급선을 확보함으로써 최근 빚어지고 있는 PCS단말기 부족사태 같은 현상을 미리 방지하는 동시에 타사와 구별되는 단말기를 공급함으로써 서비스의 차별화를 이끌어내는 이중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단말기 제조업에 진출하거나 특정업체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실상 서비스-단말기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것은 계열기업을 제외한 중소 통신기기업체들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SK텔레콤은 퀄컴과의 CDMA라이선스 계약체결이 『단말기 분야의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단말기 제조업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외부의 시각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PCS사업자인 한통프리텔과 한솔PCS는 단말기 제조업체를 계열회사로 갖고 있는 LG텔레콤에 비해 단말기 수급에 곤란을 겪고 있는 최근 상황과 관련, 단말기 제조업 진출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통프리텔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 제조업체를 계열화함으로써 얻는 이익에 비해 위험부담도 적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한솔PCS 관계자 역시 『한솔전자를 통한 단말기 제조업 참여 검토를 중단했으나 내년 초에는 PCS단말기 제조업체 가운데 장기계약에 의해 단말기를 독점공급하는 회사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무선호출 및 시티폰 사업자인 서울이동통신(대표 이봉훈)은 계열사인 두일전자통신과 단말기 공동개발 및 독점납품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두일전자통신은 지난해 중반부터 스카이벨, 캡삐, 캡삐와이드, 시티캡플러스 등의 무선호출기 및 시티폰을 서울이동통신에 공급했으며 최근에는 고속무선호출기인 플렉스캡삐를 서울이동통신이 개발, 두일전자통신이 생산하는 역할분담체제도 갖췄다.
나래이동통신(대표 김종길)은 계열사는 아니지만 단말기 제조업체인 팬택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체결함으로써 단말기를 독점 납품받고 있다. 나래이동통신은 지난해에 나래텔메신저삐삐를 팬택으로부터 공급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시티폰 임대사업용 전략모델인 CC폰을 팬택으로부터 독점 납품받아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단말기 제조에 참여하는 것은 기업의 자유의사이나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우 「겸업승인」을 얻어야 하며 자회사를 통해 참여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