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액정 모니터" 수출산업 육성을

우리나라 산업 가운데 국제경쟁력이 가장 높은 전자정보산업의 수출이 지난해부터 계속 정체돼 왔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부진 요인은 반도체와 같은 방대한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유망상품을 사전에 선정해 이에 대한 집중육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시대에 모든 정보는 영상으로 구현된다. 영상을 실현하는 도구는 바로 모니터다. 우리의 모니터산업은 현재 세계적인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모니터 분야는 앞으로도 국제경쟁력만 계속 갖춰 나간다면 현재의 수출부진을 씻어줄 효자품목이 될 것이다.

세계 모니터시장에서는 현재 브라운관(CRT) 방식이 수요를 주도하고 있으나 최근들어서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나 플라즈마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등장해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분야에서는 일본업체들이 이미 세계시장에 진출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어 수요가 이 분야로 급속히 이전될 경우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세계시장 주도권이 상실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TFT LCD는 반도체에 이어 새로운 산업의 쌀로 인식될 만큼 앞으로 정보통신시대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부품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우리와 일본의 대기업들은 이 부분의 세계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현재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일본산 노트북PC가 세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일본업체들의 바로 이같은 투자전략의 산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TFT LCD의 최대 수요처는 노트북PC다. 그러나 이 노트북은 제품 특성상 수요가 한정될 수밖에 없어 일본의 기업들은 모니터를 전략시장으로 설정해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모니터시장은 올해 7천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FT LCD는 기존 CRT방식 제품의 단점으로 여겨지던 화면 크기의 한계와 공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CRT제품을 급속히 대체해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TFT LCD 모니터는 바로 황금시장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유망한 상품인 것이다.

모니터업계에서는 세계시장에서 액정모니터가 올해 30만대에 불과하지만 2000년에는 1천만대, 2005년에는 7천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시장을 잡기 위해 일본의 NEC, 도시바, 샤프 등은 부가가치가 낮은 CRT 모니터사업을 줄이고 액정 모니터의 양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존 CRT 제품은 한국이나 대만에 넘겨주고 첨단제품에서 세계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TFT LCD를 채용한 액정모니터를 개발, 수출에 착수한 것은 이같은 일본업체들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첨단제품인 액정 모니터에서 일본업체들과 주도권 경쟁을 벌이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기술력을 과시하겠다는 상징적인 차원에서 이 제품을 출시했던 삼성전자는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문이 크게 늘어나자 이를 전략제품으로 선정, 대대적인 사업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는 소식이다. 게다가 LG전자도 오는 11월부터 TFT LCD 모니터의 수출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액정모니터 시장을 둘러싸고 한, 일 두나라 업체들 간에 자존심을 건 한판 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다.

TFT LCD산업이 수출 주력품목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업계는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황금어장으로 불리고 있는 TFT LCD 모니터분야에서 반도체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본을 제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