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정부의 정보화 의식

며칠 전 한 방송사는 정부 기관들간의 업무착오로 한 시민이 아파트 청약자격을 박탈당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추적 보도했다. 행정구역 변경으로 구(區)가 신설되고 주소지가 바뀌는 과정에서 한 사람이 마치 동일한 아파트를 두 채나 갖고 있는 것처럼 잘못 입력돼 애꿎은 시민이 아파트 청약자격을 상실했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행정전산망이 구축돼 정부기관들이 각기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기존 주소와 새 주소가 이중으로 기재된데다 한 기관이 아파트 면적을 전용면적으로 표기, 마치 한사람이 각기 다른 지역에 규모가 다른 두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양 기록됨에 따라 이같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전산망 자료의 잘못된 입력보다 더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바로 공무원들의 자세. 담당 공무원들도 2개의 주소 중 하나는 「이제는 없는 주소」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데이터의 수정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는 이유로 서로 발뺌을 함으로써 결국 며칠간이나 뛰어다니며 이를 바로잡으려 했던 시민의 노력은 허사가 됐다. 해당 지역 주민 가운데 이같은 문제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1가구 2주택이 돼버린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정보화 선진국을 건설하겠다고 말하고, 컴퓨터와 통신망으로 여느 국가 못지 않은 국가 기간전산망을 구축하고 이 시스템 및 관련 노하우를 외국에 수출까지 한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정작 우리 정부기관들의 의식과 업무방식은 이같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음을 입증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활용을 장려하고 있는 인터넷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아직까지도 정부기관의 상당수가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함은 물론 그나마 홈페이지를 개설한 기관, 단체들도 대부분 형식적인 차원에서 이를 만들어 놓은데 불과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기업들에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품질관리와 서비스 및 책임을 요구하고 있고, 그 결과 소비자들의 권익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이제는 정부 스스로 변해야 한다. 막대한 투자를 해 국가 기간전산망이나 각종 첨단 시스템들을 구축하는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