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기부진으로 인한 기업의 전산투자 위축으로 신규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대형컴퓨터업체들이 경쟁사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확보하는 「남의 밥그릇 빼앗기 경쟁」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전산 경기가 호조를 보인 2∼3년 전의 경우 중대형컴퓨터업계는 경쟁사가 확보하고 있는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유치하는 것을 자존심 문제와 과당 경쟁을 의식, 자제해왔으나 최근들어 전산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자 체면 보다는 실리는 챙기는 쪽으로 영업 방향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비균등메모리접근(NUMA) 등 새로운 아키텍쳐를 채용한 대형 유닉스 서버를 최근 출시한 중대형컴퓨터업체들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한 방편으로 경쟁사 고객의 전산시스템을 대체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어 남의 밥그릇 빼앗기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올해들어 특정 기업의 주전산시스템 공급업체가 뒤바뀐 경우는 어림잡아 20여건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과거 연평균 2, 3건 발생하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전례가 없는 현상으로 국내 중대형컴퓨터 경기가 그만큼 각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같은 주전산시스템 공급업체 변경 사례중 대한투자신탁, 경기은행, 동화은행, 비씨카드, 대한보증보험, 쌍용양회, 대우증권의 주전산시스템 교체 사건은 중대형컴퓨터업체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우선 메인프레임 중심의 전산시스템을 유닉스서버로 다운사이징한 사례 가운데 대표적인 경우인 대한투자신탁의 경우 기존 IBM의 메인프레임으로 구축된 전산시스템을 HP의 유닉스서버로 전면 교체했으며 비씨카드의 경우 후지쯔 메인프레임을 디지털의 대형 유닉스서버로 전면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또한 쌍용양회는 기존 IBM의 메인프레임으로 운영해온 주전산시스템을 시퀀트의 대형 유닉스 서버 「NUMA-Q2000」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동화은행과 경기은행의 주전산시스템 교체는 최근 몇년 간 국내에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었던 메인프레임에서 메인프레임으로 변경된 경우. 동화은행은 지금까지 유니시스의 메인프레임을 사용해왔으나 전산시스템의 재구축을 추진하면서 주전산시스템을 IBM의 메인프레임으로 대체하기로 했으며 경기은행은 그동안 NCR의 메인프레임을 주전산시스템으로 활용해왔으며 최근 이를 IBM의 메인프레임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대우증권은 최근 그동안 주전산시스템으로 활용해온 IBM의 메인프레임 대신 탠덤의 무정지형 대형 서버를 채택키로 한 것은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발생한 전산시스템 교체사건으로 치부되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이 통상적으로 대외계시스템으로 사용된다는 무정지형시스템을 주전산시스템으로 활용키로 한 것은 국내 금융권 전산시스템 분야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00년 컴퓨터 연도표기 혼선 문제도 주전산시스템의 전면적인 교체를 부추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단종된 기종을 주전산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나 기관 등에서 이같은 현상은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미 한전은 데이터제너럴이 메인프레임을 국산 주전산기로 다운사이징하고 있으며 프라임을 사용중인 고려증권과 철도청은 디지털 유닉스서버와 IBM의 메인프레임으로 각각 주전산시스템을 교체하고 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조우상 부장은 『국내 기업이나 은행, 정부투자기관 중 상당수가 전산운영 경험이 20년 이상을 상회, 이제는 특정 벤더에 의존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경향에서 탈피하고 있다』며 『주전산시스템의 교체는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