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처가 오는 11월30일까지 수산중공업에 대해 7개 종합유선방송국(SO)의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림으로써 그동안 「예약매매 형식」이라는 편법을 이용, 사실상 8개의 SO를 경영해온 수산중공업이 곤경에 빠져있다. 수산중공업은 영업권을 박탈당하기 이전에 7개 SO의 매각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수산중공업이 이같은 조치를 받게 된 것은 종합유선방송법에 「종합유선방송국은 상호 겸영할 수 없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른 것. 공보처는 이번 시정조치가 나오게 된 배경으로 수산중공업의 8개의 SO 경영이 「단순한 예약매매가 아닌 의결권 행사」라는 점을 들고 있다.
즉 공보처는 수산중공업의 이들 SO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복수종합유선방송국 경영(MSO)라고 판정한 것이다. 따라서 공보처의 이번 시정명령은 MSO에 대한 나름대로의 방침정리로 해석할 수 있다. 공보처의 한 관계자는 『양수인 대호건설과 양도인과의 거래내용에 「양도인은 이사회 또는 주총에서의 의결권 행사를 양수인에게 신탁한다」는 조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양수인인 대호건설이 이사회 또는 주총 의결권을 신탁받았다면 겸영한 것이고 이점에서 볼 때 양자의 거래관계는 단순한 「예약매매」라기보다는 MSO로 해석된다는 것이 공보처의 판단인 것이다. 실제로 서초케이블TV는 올해 초 매입한 7개 SO에 대한 인사조치에서 경영권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대호건설이 7개 SO를 매입하는 데 사용한 예약매매는 SO의 매매 및 겸영이 가능한 시기까지 구매행위를 종료 시키지 않는 형태를 취했다. 형식적으로 구매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해 MSO라는 지적을 피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같은 예약매매는 관련업계의 논란에 방패막이로 작용하는 듯 보였고 MSO 논란을 잠재우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불씨는 의결권 행사에 있었고 이 때문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이번 공보처의 시정명령에 대해 해당 SO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변칙적인 MSO상태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수산중공업이 공보처의 발표가 나기가 무섭게 7개 SO에 대한 매매의사를 내보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 조속한 진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보처의 시정명령이 떨어진 지금 관련업계의 관심사는 이제 두 가지로 집중되고 있다. 수산중공업이 과연 11월30일까지 7개 SO를 매각할 수 있겠느냐와 무성한 MSO 소문을 풍기고 있는 일부 업체에 대해 공보처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우선 대상 SO를 매각할 경우에 『적정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와 『동작, 관악, 동서울, 부산동래, 대구금호, 포항, 청주SO 등 7개 SO를 누구에게 매각할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다.
현재 케이블TV업계의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대호건설뿐 아니라 S, L, D그룹 등이 1차구역 내 53개 SO의 절반에 가까운 업체를 예약매매 형식으로 매입했다는 것이 정설로 통용되고 있다. 또 2차 SO 허가 이후에도 곧바로 대기업들이 선정된 2차 SO 전체사업자들을 접촉, 예약매매를 타진했고 일부에서는 예약매매가 성사됐다는 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대기업들의 MSO에 대해 공보처의 제제가 이번처럼 의결권행사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인지 주목거리이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