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240)

김지호 실장은 광 단국의 현황판을 바라보았다. 광화문 1호 맨홀 화재 때문에 발생한 30만 회선의 절체 내역이 정리되고 있었다.

『정 과장, 현장에서 특별한 연락 없었나?』

『네, 실장님. 없습니다. 1호 맨홀에서는 계속 물을 퍼내고 있습니다만 열기 때문에 복구요원이 투입되려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합니다.』

『광주 자재국의 광케이블 복구자재는 어떻게 되었나?』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왔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지원요원도 같이 움직이고 있지?』

『네, 비상대기하고 있던 복구 지원요원들도 함께 출동했습니다.』

『알았네. 특별한 사항이 발생하면 즉각 연락주게. 통제실에 가 있을테니까.』

『알겠습니다.』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늘여지고 쌓여져 있는 절체코드. 김지호 실장은 사고회선을 우회시키기 위해 연결한 절체코드를 조심스럽게 지나쳤다. 30만 회선이 코드에 의해 절체된 것이었다. 사고회선이 복구된다면 다시 원위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절체한 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자동절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동작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자동으로 원위치될 것이었다.

「트로이의 목마.」

김지호 실장은 자동절체 시스템으로 침투했다는 트로이의 목마를 생각하자 여러가지 상황이 머리를 스쳤다. 화재가 발행한 것이 16:00, 자동절체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도 16:00, 같은 시간이었다. 위성의 자세가 흐트러진 것도 16:00이었다.

1호 맨홀 화재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기간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었다. 입체적이었다. 맨홀 속, 지상, 우주로 이어지는 입체적인 통신망에 같은 시각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었다.

『실장님, 강 과장 전화입니다.』

지 과장이었다. 통제실에 들어서자마자였다.

『실장님, 김창규 박사 도착하셨습니다.』

『알았네. 내가 그리로 가지.』

김지호 실장은 다시 자동절체 시스템이 있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김창규 박사가 늘여진 절체코드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어오고 있었다. 늘 그대로, 헝클어진 머리에 도수 높은 안경을 끼고 반갑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김 실장, 오랜만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