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디오업체들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불안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돼 오디오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데다 전자상가와 대규모 할인양판점 등에서 외산 저가 오디오를 대량 수입해 국산 오디오의 가격경쟁력을 위협함에 따라 국내 오디오 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오디오업체들은 통신이나 멀티미디어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 전체 회사매출 가운데 오디오가 차지하는 비율을 최대한 줄이는 한편 공장을 지방이나 해외로 이전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등 위기 대처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내업체들의 오디오 관련 총 매출액은 5천6백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95년에 비해 15% 가량 줄어든 것이며 올해 전체 오디오시장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매출이 꾸준히 늘어났던 카세트류와 미니컴포넌트 시장도 올해부터 감소추세를 맞고 있어 업계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더 이상 매출을 유지시켜줄 만한 품목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켈과 나우정밀을 인수한 해태전자는 오디오 전문업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보통신, 컴퓨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태광산업, 아남전자 등도 위성방송 및 멀티미디어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또 대우전자는 기존 오디오사업 대신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등 광자기 기술을 응용한 첨단 분야로 일찌감치 사업을 정리했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TV, VCR, 소형가전 등의 제품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산 저가 오디오의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국산 오디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해태전자는 중국공장의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연말까지 제2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며 국내 생산기반도 천안공장으로 점차 이전할 계획이다. 아남전자 역시 올해 초부터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해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중국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일부 품목을 제외한 전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으며 LG전자는 특히 올해 안에 기존 서울 구로동 공장을 평택의 LG전자 멀티미디어 본부로 이전하는 등 긴축정책을 펼 계획이다.
오디오업계에서는 이같은 대응책 외에도 침체된 오디오 구매를 살리기 위해 신규수요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니디스크 플레이어(MDP)나 디지털 오디오 등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제품을 출시해 매출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전반적인 불황으로 예년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