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식기세척기, 에어컨 등에 환경마크를 적용하기 위한 기준 제정작업이 지지부진하다.
9일 관계당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올들어 가전제품으로는 처음으로 환경마크가 적용된 냉장고에 이어 내년부터는 세탁기, 식기세척기, 에어컨에도 환경마크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 이들 제품에 대한 환경마크 기준제정을 위해 실무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환경마크협회와 관련업계인 가전업계와의 협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들 제품에 대한 실효성있는 환경마크가 제정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환경마크협회는 내년 2월말까지 세탁기, 식기세척기, 에어컨에 대한 환경마크 적용기준을 마련하고 고시기간을 거쳐 최소한 내년 상반기중에는 이들 제품에 대한 환경마크제를 시행한다는 일정에 따라 올 3월 한국화학시험연구원과 국제인증기관 등에 기준 마련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그러나 기준 마련 완료시한을 5개월 남짓 남겨놓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 세탁기에 대한 기준 마련과 관련 진척된 상황은 가전업체들과 환경마크협회가 한차례 회의를 가진 것과 공장방문이 이루어진 정도에 그치고 있다. 또 환경마크협회는 이달초에 들어서야 가전업체에 각종 기초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가전업체들은 환경부와 환경마크협회가 세탁기, 식기세척기, 에어컨에 환경마크제도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후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위한 방침이나 일정을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기준 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에 대해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가전업체들은 환경마크협회가 세탁기, 식기세척기, 에어컨에 대해서는 생산-사용-폐기 전과정에 걸쳐 환경영황을 분석평가하는 「LCA(Life Cycle Assement)」기법을 적용하겠다고 했으나 생산과정에 대한 기초조사가 이제서야 시작되는 시점에서 과연 신뢰성있는 환경마크 기준이 제시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환경마크협회측은 가전업체들이 LCA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경쟁사를 의식,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환경마크 기준이 제정되도록 유도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기준 제정활동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마크협회의 한 관계자는 『LCA를 적용하기 위해 당초 환경마크협회와 전문연구소, 가전업계 등 당사자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준 마련작업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가전업계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무산됐다』고 말하고 『환경친화적인 제품개발을 유도해 국산제품의 환경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환경마크제도의 취지』라며 환경마크 기준제정 활동에 가전업체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해 줄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미 세탁기에 대해 환경마크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경우 유럽연합 환경마크협회의 주도아래 전문연구소, 가전업체는 물론 세제업체가 공동으로 참여, 2년 동안의 사전준비 작업을 거쳐 세탁기에 대한 환경마크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