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배급사들이 최근 극장의 들쭉날쭉한 개봉일정, 무리한 좌석점유율 보장요구, 스크린쿼터무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방송사들이 의욕적으로 제작해 지난달 15일과 30일 각각 개봉될 예정이던 MBC프로덕션의 「꽃을 든 남자」와 현대방송의 「엠마」 두 작품의 개봉이 갑작스럽게 추석 이후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해당 영화사가 당초의 개봉시점에 맞춰 준비해온 각종 홍보, 이벤트계획들도 모두 취소됐다.
그 배경에는 「꽃을 든 남자」와 「엠마」의 주상영관인 단성사가 지난 8월30일 현재 서울관객 66만명을 동원하며 장기흥행 조짐을 보이는 미국 콜럼비아 트라이스타사의 화제작 「맨인 블랙」의 연장상영을 결정한 때문.
결국 MBC프로덕션과 현대방송은 『주상영관 없이 군소극장들로만 영화를 개봉할 수 없다』고 판단, 서울지역은 물론 지방극장들의 개봉계획도 모두 무산시켰다. 개봉일정을 문서계약으로 확정하지 않는 극장계약상의 관례로 말미암아 영화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 극장측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급급할 뿐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리한 좌석점유율 보장요구가 최근 영화사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호암아트홀과 명보 2.4관은 올해 상영한 중작급 영화들에 각각 60%, 45%의 좌석점유율 보장을 요구했다. 즉 영화관객이 전체좌석수의 45%, 60%를 넘지못할 경우 해당 영화, 제작사가 이를 보전해 줘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대우가 운영중인 대한극장과 스카라극장 역시 관객 1천명 보장을 요구해, 흥행실패로 인한 손실분을 영화제작, 배급사에 떠넘기는 등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하고 있다.
영화사로서는 「극장개봉작이냐, 아니냐」에 따라 비디오판권수익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극장측의 좌석점유율 보장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자금력이 열악한 영화사들은 영화흥행에 실패할 경우 원천적인 적자에다 「좌석점유율 보장」이라는 2중고를 겪어야만 한다.
특히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지키지 않는 극장들로 인해 한국영화제작사의 피해는 더욱 크다. 아예 한국영화 상영이 원천봉쇄되고 있으며, 상영된다고 하더라도 극장측의 의사에 따라 상영기간이 정해진다. 흥행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상영 1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최근 우리 영화제작, 배급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