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美 벤처기업들이 몰려온다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한국계 벤처기업들이 인터넷 붐을 타고 속속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갔던 젊은이들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온 것처럼 미국으로 떠났던 고급 두뇌들의 U턴 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인터넷 비지니스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관련시장이 크게 활성화돼 있는 미국에서 확보한 첨단기술및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할 경우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이들 벤처기업이 미국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과 한국을 거점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하겠다는 게 이들의 사업전략이다. 전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인터넷이 이를 가능케할 것으로 그들은 믿고 있다.

한국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이들 벤처기업이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지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PC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ITI(인터넷 텔리포니 인티그레이션)기술을 발표,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닛시미디어는 미국에서 출발한 대표적인 한국계 벤처기업.

고등학교때 가족과 함께 이민온 젊은 엔지니어 정우균(27)씨가 지난 95년 미국 LA에서 아이디어 하나만을 가지고 설립한 이 회사는 지난해 10여명의 직원으로 2백만 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리며 기반을 다졌다.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한국실정을 잘 알고 있는 정사장은 ITI기술이 미국보다 한국시장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지난 2월엔 닛시미디어코리아를 설립, 한국에도 거점을 마련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PC없이도 전화로 E메일에서 웹서핑, 업무처리까지 해주는 ITI기술은 인트라넷을 대체할 새로운 솔루션으로 주목받으면서 SK텔레콤과 한국PC통신이 앞다퉈 이를 채용키로 한 것이다.

올해 한국에서만 40억원 정도의 매출액을 예상하고 있는 닛시미디어는 이달중 직원 20명 규모의 소프트웨어업체인 H사를 인수, ITI솔루션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현재 한달에 보름씩 한국과 미국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정사장은 내년엔 일본시장에도 진출, 향후 ITI기술로 3국의 인터넷 시장을 석권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미국 시애틀에서 기반을 닦아 지난해 12월 15일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ISP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1215커뮤니케이션도 요즘 인터넷분야에서 주목받는 벤처기업중의 하나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이재훈(32)사장이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교포 2세들과 함께 설립한 이 회사는 자바를 이용한 온라인게임과 디지털방송시스템, 자바채팅프로그램 등 다양한 인터넷 관련 콘텐츠를 개발,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법인은 시애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국내 실정에 맞는 콘텐츠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최근엔 국내 처음으로 1만페이지 무상 홈페이지 제작 이벤트를 실시, 화제를 불러모았다.

1215는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인터넷 디지털방송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오는 10월엔 사용자중심의 환경과 자바채팅, 리얼오디오를 통해 방송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컬브로드1215」를 정식 오픈할 계획이다.

또 자체개발한 자바게임이 특유한 캐릭터, 디자인과 재치있는 게임테마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힘입어 머드와 웹을 결합한 새로운 온라인게임을 개발, 미국과 한국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방침이다.

인터넷 종합 서비스업체로 요즘 주가를 높이고 있는 아코테크도 미국에서 사업기반을 닦아 성공한 전형적인 벤처기업중의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 선임연구원 출신인 최무영(39)사장이 지난 95년 미국 뉴욕에서 박사급의 인터넷 전문가 30여명과 함께 설립한 네트워크전문업체인 컴퓨넷테크놀로지가 전신이 이 회사는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 현재 미국전역에 인터넷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인터넷 붐이 한창이던 지난해 현지법인을 설립한 아코테크는 서울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 대리점을 두고 인터넷 관련 기술정보를 가격파괴와 최상의 서비스로 제공함으로써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가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에서 자신감을 얻은 최사장은 지난 5월엔 일본 동경에도 지사를 설립,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지구촌으로 넓혀가기 위한 첫발을 내딛고 있다.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벤처기업이 최근 인터넷 광고에서 널리 쓰이는 3차원 애니메이션 GIF파일을 간단하게 만들어 주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 웹디자이너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프로그래머인 이명식(48)사장을 비롯, 2명의 미국인과 2명의 한국인등 모두 5명이 의기투합해 지난 95년 뉴욕에서 설립한 D4소프트가 바로 그 주인공.

이 회사가 최근 개발한 애니메이션 GIF파일 제작 툴은 3차원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 그래픽을 만들고 자동으로 프레임을 합해줄 뿐 아니라 다양한 움직임과 입체효과를 낼 수 있는 유틸리티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한국에 임시사무실을 오픈한 D4소프트는 조만간 VRML과 파일을 주고받는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한글버전을 개발,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종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