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哲秀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소장
최근 들어서 전세계적으로 컴퓨터 보안 문제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들과 가까워 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사내 네트워크를 인터넷 등을 통하여 외부로 공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기업 내부적으로 네트워크가 확산되고 인터넷 접속 요구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기업 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회사의 네트워크에 접속해야 하는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컴퓨터 보안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기업내 네트워크가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해커들이나 컴퓨터 바이러스와 같은 구체적인 위협요소들의 공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컴퓨터 바이러스는 일반 사용자들이 대상이며 한 컴퓨터에만 감염되면 네트워크를 통해서 자동적으로 전 네트워크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피해 영역이 광범위하고 피해 액수도 엄청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백신 소프트웨어(SW)는 컴퓨터 보안 분야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으며 그 시장 규모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에 맞추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백신 SW의 작년 시장규모는 4억 달러(약 3천6백억원) 수준이었다. 백신 SW 전문업체인 미국의 M사를 예로 들면 93년 매출이 약 2천만 달러(약 180억원)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했으나 그 후로 매년 2배 이상씩의 신장세를 보여 작년에 백신 SW만으로 1억8천만 달러(약 1천6백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이익률에서도 35%인 마이크로소프트 사를 앞지르고, 43%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 미국에서 소매로 판매되는 SW의 판매 순위를 살펴보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품을 제외하면 사실상 백신 SW밖에 남지 않는다. 따라서 최소한 미국 내에서는 백신 SW가 확고한 하나의 큰 영역으로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전세계 시장으로 확대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현재 세계적인 SW회사들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곳은 바로 아시아 지역이다. 아시아 지역의 시장성장률은 세계 평균을 앞지르는 수준이다. 특히 일본의 시장 규모는 미국 다음인 세계 2위를 점하고 있다. 국내 백신 시장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내년부터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에 따라 벌써 많은 외국 업체들이 이미 지사를 설립했거나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아직 국내 시장규모가 커지지 않은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풀이된다.
첫째 백신 프로그램은 보험과 같은 개념이라는 인식이 아직은 부족하다. 컴퓨터 바이러스로부터 피해를 당해본 적이 없는 기업들은 컴퓨터 바이러스의 심각성이나 백신 프로그램의 고마움을 미처 깨닫지 못하지만 한번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해서 회사의 중요한 자료가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회사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백신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소의 고객들 중에는 컴퓨터 바이러스로부터 피해를 당한 다음에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복구하고 그 인연으로 고객이 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해를 당하기 전에 미리 대처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계속 남는다. 사무 전산화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이미 백신 SW가 필수적인 업무용 SW로서 자리를 잡은 것을 볼 때 국내에서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국내 경기가 불안해지면 기업들에서 컴퓨터 보안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필자는 가끔 컴퓨터 보안 SW는 약 중에서 보약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보안 SW도 경기가 좋을 때는 구입을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업무에 필수적인 SW들만 구입하고 별 문제가 없는 한 보안 SW를 구입하기를 껴리게 된다.
셋째 불법복제의 문제다. 우리 나라는 다른 많은 나라들과는 달리 자체적으로 만들어지는 국산 바이러스가 엄청나게 많은 편이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발견된 일본산 바이러스는 30여종에 불과한데 국내에서 발견되는 한국산 바이러스는 그 20배 정도에 이르는 5백여종에 이르고 있으며, 발견되는 바이러스의 3분의 2가 한국산 바이러스가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연구소에서는 일반 사용자들에게 공익적인 목적으로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기업에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용자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기업에서는 백신 프로그램을 사용함으로써 기업의 중요한 데이터를 보호하고 피해 복구에 필요한 시간 및 인력을 줄임으로써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이러한 이익의 일부는 백신 프로그램을 만든 곳에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내년부터는 세계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백신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업체들 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빠르게 대처하는 하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