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시즌이 시작됐다. 최근들어 신세대 예비신혼부부들은 굳이 절기를 따져가며 결혼하지는 않는다. 여름이나 한겨울에 결혼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일년중 결혼시즌은 3~5월의 봄철과 찬바람이 부는 9월을 시작으로 10~11월로 이어지는 가을철로 나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을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실의 계절인 9월 들어 전자업계에 「웨딩마케팅」이 불붙고 있다.
가전업체를 비롯해 백화점 양판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결혼시즌을 맞아 혼수가전 판촉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전 업체들은 신제품 출시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는 등 결혼시즌을 겨냥한 판매전에 이미 돌입했으며 서울시내 각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은 가전코너에 신세대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집중배치하고 예비 신랑과 신부를 유혹하고 있다.
각 전자대리점들도 매장입구에 신혼부부들의 특전을 알리는 POP를 내거는 한편 본사의 판촉전략과 상관없이 나름대로 사은품증정, 제품시연회, 예비신혼부부에 대한 카탈로그 발송, 할인판매 등 지역특성에 맞는 이벤트를 마련, 예비신혼 부부들의 혼수품구매를 유인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올 가을 혼수특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경우 더 이상 매출부진을 만회할 길이 없다는 판단아래 그 어느때보다 예비 신랑신부를 끌어들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간 혼수가전 시장의 규모는 1조2천억원. 그 중에서 절반정도가 가을철 결혼시즌중에 이루어진다고 보면 그 규모는 6천억원에 이른다. 3개월에 걸쳐 이 정도의 규모를 형성하는 혼수가전시장은 요즘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자업체로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문이다. 혼구가전시장은 기업이 사할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가을철 특수임에는 틀립없다.
「혼수」란 가정이라는 새 사회적 단위를 이루기 위해서 최소한 갖춰야 하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전제품은 가정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혼수가전 제품은 경제상황과 예비신혼부부들의 취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때 올해 예비신혼부부들의 혼수가전제품의 구매패턴이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올 가을 혼수구매경향은 실속위주로 바뀔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혼수품의 가짓수를 줄이고 백화점에 비해 가격이 싼 상가나 대리점, 할인점을 찾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게 업계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신이 저축한 돈만으로 인륜지대사인 결혼식을 치르기 힘든 신랑 신부들로서는 부모님들의 주머니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예비신혼 부부들은 값이 비싼 백화점에서는 제품 가격만 알아보고 제품은 실제로 싸게 살 수 있는 용산전자상가와 값을 깎아 주는 대리점에서 많이 구입하고 있고, 오디오같은 구색제품은 빼고 대신 냉장고 세탁기 등을 대형으로 고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종전보다 파격적인 판촉조건을 내걸고 가을철 혼수특수잡기에 돌입했다.
LG전자는 지난달 28일부터 한달간 「가을 행복 대축제」를 마련,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행사기간중 19개제품 39개모델에 대해 최고 31%에서 최저12%까지 할인판매하고, 혼수용가전제품을 2백만원어치이상 사는 고객에 대해 신혼여행가방을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한편 청첩장을 무료로 제작해 주고 있다.
LG전자는 이와함께 혼수제품 구입고객에게 웨딩드레스 턱시도 등 웨딩패키지 상품 우대 쿠폰을 증정하고 혼수우대 카드를 발급해준다.
삼성전자도 9월 한달간 판촉행사를 실시하면서 TV를 모델별로 20~25%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을 비롯 냉장고(17~29%), 세탁기(12~20%), VCR(19~20%), 전자레인지(17~23%)등을 제품별로 적게는 17%에서 많게는 29%까지 할인판매하고 있다. 또 예비신혼 부부를 대상으로 웨딩가이드 및 신혼여행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한편 혼수품을 사는 고객에 대해 사진을 담을 CD앨범을 증정하고 있다.
대우전자도 현재 신혼가전 제품판매를 촉진하는 중요한 기회로 보고 「신혼준비를 위한 듬뿍세일전」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2백만원어치이상의 혼수품을 사는 고객에 대해 원목우드스탠드를 비롯 탁상용 달력, 설악파크호텔 숙박 할인권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이 기간동안 청첩장을 무료로 만들어 주는 것 이외에 결혼예정일이나 아파트입주일 맞춰 예약하면 세일기간이 아니더라도 세일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 컬러TV, 냉장고, 세탁기, VCR, 전자레인지 등 5대 품목은 7회 무이자할부판매혜택을 준다.
이에 편승해 일선 대리점들의 웨딩이벤트 경쟁도 볼만하다. 혼수상품을 할인판매하는 것은 고전에 속한다.
경기도 산본에 있는 LG전자 금성산본 대리점의 경우는 매장에 혼수상담코너를 설치하고, 혼수알뜰구매상담 뿐 아니라 혼수가전제품의 구입가격이 다른 매장보다 비쌀 경우에 그차액을 환불해 주는 혼수가전품 「최저가격 할인보상판매」행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전자 청담프라자는 혼수용 가전제품을 3가지이상 패키지로 구입하는 고객에 대해 10만원상당의 소형가전제품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서울 영등포에 있는 대우전자 대림중앙대리점은 인근지역의 예식장과 혼수제품 판매업체와 업무제휴를 맺고 자신의 매장에서 혼수가전제품을 사는 고객에 대해 출하가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가전대리점들은 지역 특성에 맞춰 신혼여행 예약서비스, VCR촬영 주선 등 결혼식에 필요한 이벤트 일체를 서비스하는가 하면 본사의 이벤트와 달리 이색청첩장 웨딩달력 CD롬 신혼사진 등 다양한 웨딩 아이디어 상품을 마련, 신혼부부 끌어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의 예비신혼부부 끌기도 한창이다. 미도파 현대 등 시중 백화점에서는 일정금액의 혼수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사은품증정은 물론 턱시도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 등 다양한 판촉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 혼수 가전제품도 대형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신혼부부들은 TV 냉장고 세탁기의 경우 공간이 허락하는 한 대형제품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LG전자가 결혼1년이내의 신혼주부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전제품 소유실태에 대한 조사결과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 신혼부부가 구매한 혼수가전제품을 보면 냉장고의 용량은 4백~4백99리터가 전체의 47.9%, 5백리터급이상이 36.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탁기의 경우도 8.0㎏이상의 제품을 구입한 응답자가 전체의 46.2%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가을의 혼수가전제품의 이러한 구매패턴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TV는 25인치 이상, 세탁기 8kg 이상, 냉장고 4백90~5백리터급 대형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것이다.요즘에는 가격이 다소 비싸긴하지만 32인치 대형 광폭TV도 예비부부들에게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VCR은 하이파이 기능이 강한 4헤드제품이 많이 팔리는 상황이다.
용산전자랜드의 가전매장 한 관계자는 『매장을 찾은 예비부부들의 80%정도가 대형제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대형제품의 선호도가 높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최근들어 신세대 예비부부들의 혼수구매행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주요 가전제품이외에 컴퓨터와 에어컨 캠코더 등을 혼수제품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신세대 예비부부들은 최근 들어 오디오 구입보다 멀티미디어기능을 갖춘 PC에 대한 구매욕이 매우 높은 편이다. 신세대부부들은 비용이 허락하는한 쏟아져 나오는 신형 가전제품을 많이 구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도 최근의 새로운 혼수구매패턴의 추세이다.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전업체와 일선대리점으로서는 올 가을 혼수가전시장의 성공여부가 올해 매출목표달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업체간의 판촉전이 그어느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