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다른 문화권의 생각과 가치관을 우리식으로 개작하는 과정. 따라서 저자의 사고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서적 집필에 필적하는 지식과 노하우를 갖춰야 도전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내용을 곡해하지 않기위해 뛰어난 영어실력은 물론 풍분한 경험에서 얻은 특별한 노하우를 필요로한다.
컴퓨터, 정보통신분야 매뉴얼만을 초벌 번역해주는 오세영씨는 전문번역자다.
중견컴퓨터 업체인 큐닉스컴퓨터에서 시스템 마케팅부 과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아예 회사를 그만두면서 프리랜서로 나서게 됐다.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중의 하나인 마케팅직을 그만두게된 것은 학생시절때 부터 하고싶은 일이던 「전문번역자」가 되기 위해서다.
틈틈히 군사, 무기전문잡지인 「컴뱃 암스(Combat Arms)」와 pc위크, 랜타임즈와 같은 국내 잡지 원고를 번역하면서 전문번역자로 나서겠다는 학창시절의 꿈을 실현하게됐다. 오세영씨는 학생때 동료학생들의 영어시험을 대신 치뤄주고 사전을 암기할 정도로 탁월한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외국인 회사(사이베이스)에서 근무도 했었고 컴퓨터 시스템에 관한 업무도 처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컴퓨터, 정보통신분야의 원서에 대한 자신감을 갖추고 있던 터. 다만 전공을 살리지 못했던 것은 누구나 학생시절 갖게 마련인 「이상」과 「현실」사이에서의 갈등 때문이었다.
오세영씨는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꾸준하게 노력해 얻은 실력의 댓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직종이 번역자"라며 "다만 최근에는 전문지식을 갖지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 즉 컴퓨터 정보통신분야에서 번역물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에 다소나마 위안이 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컴퓨터 매뉴얼은 소설이나 시같은 문학분야의 번역같이 섬세한 어휘선정과 문학적인 재능이 필요로한 것과는 달리, 산업트랜드 및 제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특히 자고나면 신조어가 생기는 분야라는 특징 때문에 한번 공부해놓은 전공으로 평생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직업.
따라서 전문지식을 얻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별한 교육과정이 없기 때문에 영어실력은 물론 컴퓨터, 전자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도전해볼만한 직업이다.
현재 오세영씨가 번역해 출간한 단행본으로는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인 「오라클」과 「데이터웨어 하우징」이다. 번역이 매우 까다로운 분야지만 이들 매뉴얼을 발판으로 최근부터 컴퓨터 분야의 매뉴얼들을 번역하고 있다.
번역 속도는 5백 페이지를 기준으로 20일안에 번역이 가능한 수준. 평균 1개월에 5백페이지 분량의 단행본 한권정도를 처리한다. 이 정도 번역기간을 두지않고는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되버리거나 출판사 서적 출간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00%우리말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필자의 의로를 파악했을 때, 자기 임의대로 번역을 하면 2차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따라서 오세영씨는 직역과 의역사이에서 갈등이 전문번역자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단어 몇개를 얼마나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가에 따라 능력이 측정된다는 점이 단점. 번역프로그램의 등장 추세도 번역자들의 입지를 흔드는 요소로 아직까지 성능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향후 5년내에는 번역자들을 위협할 존재로 등장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때문에 특수분야, 전문분야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1년 평균소득을 3천5백만원 정도 수준으로 생각한다는 오세영씨는 최근 독자적인 용어집을 만들어 활용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