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산업부가 정책과제로 수십억원을 들여 개발한 이른바 「한국형 케이블TV 컨버터」가 화질,신뢰성면에서 사용자들로 부터 불만을 사면서 실종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기,LG전자부품등 컨버터제조업체들은 최근 2차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를 상대로 한 장비수주전에서 한국형제품으로는 더 이상 수요확보가 어렵다고 판단,외산디코딩칩을사용한 컨버터를 주력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1차 SO사업자인 한국통신케이블텔레비전이 컨버터를 전격 교체키로 결정하고,사업제안서를 받은 국내 4개 컨버터제조업체가운데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삼성전기와 LG전자부품이 모두 비한국형제품을 제시하면서 표면화 됐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주력기종으로 선보인 한국형 컨버터대신 올초 인수한 동국전자가 생산한 「동국파이오니아」제품을 중심으로 한국통신케이블텔레비전의 컨버터수주전에 참여했다.삼성전기는2차 SO의 컨버터수주전에도 이 제품을 제시,이미 한국케이블TV성남방송과 한국케이블TV드림시티방송 등 일부 2차 SO와 공급계약을 채결하는데 성공했다.이 회사는 앞으로 동국파이오니아제품를 토대로 한 「삼성파이오니아」모델을 개발,공급할 계획이다.
LG전자도 한국형 컨버터를 배제하고 미국 관계사인 제니스사의 「ZTAC칩」을 사용한 신제품 「CNAZ701」을 내놓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LG전자부품은 1차 SO들사이에 자사 한국형제품이 낮은 화질,잦은 고장등으로 불만을 샀다고 판단,한국형컨버터의 성능개선을 통한 신제품출시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이외에도 대륭정밀은 미국 사이언티픽 애틀란타제품을,태평양시스템은 제니스칩을 사용한 기종에 각각 주력하는 등 대부분의 컨버터제조업체들이 한국형 기종의 지속적인 공급을 포기함으로써 한국형제품은 개발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를 맞았다.
한국형 컨버터는 케이블TV방송을 앞두고 컨버터의 안정적인 공급,국산화를 통한 외화 절감등을 목표로 지난 91년 통상산업부의 전신인 상공자원부가 국책과제로 개발을 추진,23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93년말 개발에 성공했다.이후 한국형 컨버터는 개발에 참여한 각 업체에기술이 이전돼 1차 SO들에 공급됐으나 품질및 신뢰성문제로 컨버터제조업체와 SO간에 마찰을 초래하는 등 갈등요인으로 지적되어 왔었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