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5주년특집] 글로벌시대의 대응전략

세계의 석학들은 다가올 21세기를 광범위하고 획기적인 변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획기적인 변화란 곧 상상을 초월한 경쟁을 뜻하는 것이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기업은 도태뿐이라는 진단이다. 그것은 곧 폭풍처럼 몰아칠 대 글로벌시대의 예고이기도 하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것도 글로벌시대의 생존전략, 바로 그것. 이제 우리에게는 세계 일류를 통해 21세기를 기회와 성공의 장으로 삼아야만 하는 글로벌시대 대응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국제화, 세계화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 주변 환경의 변화는 글로벌시대의 대응전략 마련이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초일류기업의 목표달성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일류란 곧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는 기업」이라 할 수 있는데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선 세계시장에서 수용되는 제품 개발과 이 제품에 대한 세계적인 인지도 부각, 지속적인 성장 등 세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어야만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외국 초일류 기업과의 전략적인 제휴나 외국기업의 흡수, 합병을 통한 글로벌화 및 현지생산체제 구축 등이다.

외국 초일류 기업과의 전략적인 제휴는 브랜드 인지도와 핵심기술 등에서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기업이 세계화 및 글로벌 경영전략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 정보통신업체를 중심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외국 초일류 업체의 흡수, 합병을 통한 글로벌화 추세는 전세계 기업들의 생존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기업이 세계화 및 글로벌 경영전략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효과적이기 때문에 더욱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그동안 반도체 등 부품업계를 중심으로 이뤄졌전 전략적 제휴는 이제 컴퓨터, 정보통신, 소프트웨어업체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고 제휴방식도 기술, 생산의 결합에서 서비스, 판매 등 마케팅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 우리 전자업체들의 해외생산이 급증, 국내 생산물량보다 해외생산물량이 더 많은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외에서의 독자적인 생상체제 구축 등 해외진출은 더욱 활발하다. 일찌감치 「세계경영」을 기치로 내걸었던 대우그룹은 국내 그룹 가운데 가장 활발히 해외시장진출을 추진해 오고 있다고 할 것이다.

대우그룹은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 세계를 북미, 남미, EU, 아시아, 동구등 8개 지역으로 나누고 이들 전략거점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생산체제를 구축에 나서고 있다.

LG그룹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글로벌마케팅과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키로 하고 중국, 북미를 전략적 마케팅지역으로 정했으며 95년 12%에 불과했던 해외생산 비중을 오는 2005년에는 70%로 늘리기로 하는등 해외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기업의 이미지의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기존 진출공장의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세계최고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현지본사의 자립, 책임경영을 확립에 총력을 쏟고 있다.

전자3사의 글로벌 전략에 따르면 가전제품 생산은 앞으로 3년 안에 국내보다 해외가 더 많게 된다. 그때가 되면 국내 공장은 수출기지의 역할이 아닌 내수를 중심으로 한 정보가전 생산 및 연구개발 형태로 탈바꿈 하고 해외공장은 그 지역 시장을 겨냥한 가전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판매하는 독자적인 경영형태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컬러TV, 전자레인지등 일부 제품에 대해 국내보다 해외생산이 더 많아지는 것을 시작으로 대우전자는 98년부터, LG전자는 2000년부터 각각 해외생산량이 국내 생산량을 앞지르게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온 우리나라 전자, 정보통신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는 견인차로서 그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패자였던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지 불과 수년 만에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모리반도체 대국으로 성장했는가 하면, 세계 최초로 CDMA방식의 이동통신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성공,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의 전자, 정보통신산업은 21세기 무한경쟁시대의 대표적 산업으로서 세계의 조명을 받고 있는 우리의 희망이자 자부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무대의 뒤로 돌아가 보면 여기저기 무너지고 헝클어진 어두운 우리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외채와 무역적자는 대부분이 첨단산업과 관련된 핵심부품 및 완제품, 그리고 기술도입료 때문에 생긴 것 들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0대 기업과 소니, 인텔, 월트디즈니 등 외국의 초일류기업과의 매출액이나 수익성, 자기자본비율 등을 비교해 보면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영세기업으로 출발했던 벤처기업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불과 10여년만에 세계최고의 부를 축적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글로벌 기업의 상징으로 성장했다. 그것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그 누구도 갖고있지 못했던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계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세계일류 기술의 개발은 거대한 공룡기업보다는 새로운 아이템과 신속한 대응력을 갖춘 중소 벤처기업에게 훨씬 유리하다. 과거 미국은 기울어져만 가던 자국내 산업을 벤처기업들의 성공으로 만회, 다시금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그리고 벤처 창업자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신 개념의 테크노파크를 조성에 의욕적으로 나서는 등 제도적인 지원책을 서둘고 있는 것도 결국 글로벌시대의 대응전략 일환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2000년에는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글로벌화는 비켜갈 수 없는 외나무다리다. 피해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 도 없다. 그렇다고 우왕좌왕하다간 천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 칠 뿐이다. 21세기를 맞이하기 위해선 오직 하나뿐인 글로벌시대의 외나무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김병억 기자>